생체친화형 전자파 ‘테라헤르츠파’ 빛본다… 인체 무해 각광
입력 2011-01-17 17:44
생체 친화형 전자파인 ‘테라헤르츠파(T-ray)’가 식품 이물질 및 품질 검사, 암 진단 등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테라(Tera)’는 1조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테라헤르츠파는 주파수가 1000억∼10조 헤르츠(Hz) 사이의 전자파를 말한다. T-ray는 전파(電波)의 투과성과 광파(光波)의 직진성을 모두 갖고 있다. X레이 에너지의 100만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아 방사선 노출이 적은 것도 특징. 때문에 인체에 무해한 반면, 파장이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짧아 고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특성으로 T-ray 기술은 미국 MIT, 일본 문부과학성 등이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신기술 ’로 꼽혔고, 이달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래를 바꿀 7대 신기술 중 ‘맞춤형 의료 서비스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비파괴 식품 검사와 암 진단 및 치료다.
한국전기연구원 첨단의용물리센터 김근주·김정일 박사팀은 T-ray를 이용해 최근 사회 이슈화된 식품 내 이물질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장비를 활용하면 식품에 들어 있는 벌레나 털, 머리카락, 비닐, 곰팡이 등 저밀도 이물질까지 검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식품검사 방법인 초음파 검사는 전파의 특성상 매질(매개물)을 통해야만 하는 한계가 있고, 금속 탐지기는 검출 물질이 금속에 국한된다.
X레이는 금속 유리 돌 뼈 등 다양한 이물질 검출이 가능하나 식품의 특성상 방사능 노출에 따른 사용 규제 및 제약이 따른다.
김정일 박사는 “한해 식품 사고의 80% 이상이 저밀도 이물질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T-ray는 식품 및 생체 조직에 안전하면서도 금속 같은 고밀도 물질은 물론, 저밀도 물질까지 광범위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팀은 0.2테라헤르츠 광원을 이용한 T-ray 식품검사에서 밀가루 내부의 벌레 등 작은 이물질을 X레이보다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홍삼 품질 검사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5년 내 세계 최고의 상업용 T-ray 영상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T-ray를 이용하면 암 조직을 잘라내 검사하는 생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그 조직의 성분(암세포인지 정상세포인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X레이처럼 방사능 노출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다만, T-ray는 물에 잘 흡수되고 금속 도체에는 반사가 심해 현재 의료 쪽에선 물에 흡수가 적은 인체의 표면을 진단하는 피부암이나 구강암에 주로 적용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