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붕괴론 근거는 충분한가
입력 2011-01-17 21:15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최근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을 사과하기 전에는 공식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19일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나온 발언이라 주목되지만 정부의 일관된 입장으로 새로운 게 아니다.
정작 관심 가는 대목은 북한이 머지않아 경제난으로 자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천 수석은 “북한이 계속 내부 자원을 주민생활 개선이 아닌 군사 부문에 투입한다면 어느 순간엔가 더 이상 군사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가다간 어느 순간엔가 북한이 파산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낙관론을 갖고 있는 것은 천 수석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 사회통합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근거로 “이미 텃밭을 가꿀 수 있고 찬성하든 반대하든 골목에 시장도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있는 어떤 권력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달 10일 말레이시아 방문에서도 교민들에게 “북한 주민이 변화하면서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층의 변화보다는 주민들 변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결정론적 예언처럼 들리지만 설명이 충분치 않다.
국민은 정부가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뭔가 중대한 대북 정보를 바탕으로 낙관론을 펴고 통일을 준비하도록 유도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낙관론이 어긋나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산다. 이 대통령이 작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통일세 도입을 제안하고 나서 석 달 뒤 북한은 연평도를 포격했다. 북한을 자극해 새로운 도발을 부를 수도 있다. 심리전을 벌이려는 게 아니라면 대내외적으로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
PBS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은 북한이 붕괴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념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거가 탄탄하지 않은 북한자멸론이 대북정책의 배경이 될 수는 없다. 천 수석 말처럼 북한에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북한을 우리가 바라는 대로 쉽게 여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