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 수장고로 전락한 국립미술관

입력 2011-01-17 18:14

국립현대미술관 설립목적은 현대미술의 조사 연구, 미술작품의 수집 보존, 교육 등 국민들의 문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미술관은 1969년 개관 이후 국민의 문화예술 향수 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한 전시를 통해 미술발전에 힘써 왔다. 2006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한 이후 국민들을 향한 미술행정은 더욱 강화됐다.

이런 목적을 가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전 외무부 장관)의 개인 창고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유 총재가 1982년 영국에서 구입한 19세기 네덜란드 화가 알버르트 스헹크의 유화를 보수하기 위해 미술관에 맡겼다가 없어지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경찰은 현재 전국 화랑에 공문을 보내는 등 작품 행방을 찾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먼저 지적돼야 할 부분이 고위 공직자를 지낸 유종하 총재의 태도다. 그는 1998년 외무장관에서 물러나면서 문제의 그림을 최만린 당시 관장에게 보수를 부탁하며 맡겼으나 보수가 끝난 1999년 이후에도 찾아가지 않고 계속 보관시켜 왔다. 사기업도 아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간에 개인의 미술품을 보관시켜온 사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문제다. 미술관은 전시나 교육 외에도 작품의 수장 및 보존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보수나 수복의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해 다른 공사립 미술관 소장품 및 공공미술 작품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의 소장품을 보수해 주는 것은 별도의 계약이 필요하다. 2009년 연차보고서를 봐도 개인의 소장품을 보수해 준 기록은 없다. 만약 당시 관장이 개인적 친분에 의해 작품을 보수해주고 보관까지 했다면 내규에 위반하는지 살펴보고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미술관은 서울도시철도처럼 1년에 평당 18만원 받고 창고를 빌려주는 공공기관이 많다는 사실을 참고삼아 더 이상 예술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주먹구구식 경영을 탈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