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 이땅 평화·화해 위해 교파떠나 두손 모으자

입력 2011-01-17 20:24


“우리의 일치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먼저 품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어떠한 것이라도 분열의 타당함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18일부터 25일까지는 1908년부터 세계 교회가 함께 지키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이다. 한국에서는 86년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7개 교단(기하성, 예장 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 구세군, 복음교회)과 한국 천주교, 정교회가 함께 지키고 있다. 8일간 같은 주제로 성경 묵상과 기도, 예배를 드리는 형식이다. 2009년 1월 1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국내외 신·구교 성직자와 성도 등 4000여명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의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천주교와 정교회에 비해 개신교회들은 이 주간을 지키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에 NCCK는 지난 11일 처음으로 김영주 총무 명의의 담화문을 내고 이 주간을 지켜줄 것을 회원 교회에 당부했다. 이와 함께 발표된 주제와 8일간의 기도 방법, 예배안을 소개한다.

◇예루살렘에서 온 일치의 제안=올해 기도주간의 공식 자료 초안은 예루살렘 그리스도인 지도자들 모임에서 마련됐다. 라틴 전례 예루살렘교회의 미셸 사바 전 총대주교, 복음주의 루터교회 무닙 유난 주교, 예루살렘과 중동성공회 나임 아틱 목사, 로마가톨릭교회 프란스 부웬 신부, 그리스정교회 예루살렘 총대교구 알렉산데르 신부 등이 참여했다. 이 초안을 WCC 신앙과직제위원회와 로마가톨릭교회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가 시리아의 한 수도원에 모여 최종안으로 만들었다.

주제는 사도행전 2장 42∼47절을 토대로 한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하나 되기’다. 2000년 전 예루살렘에 모인 그리스도의 첫 제자들이 오순절 성령 강림을 체험하며 하나가 됐던 사건을 토대로 한다. 이 사건이 모든 시대와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이 신앙 공동체를 이루게 된 기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예루살렘 그리스도인들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특징이며 어디서건 그리스도인 공동체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네 가지 요소를 이 주제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사도들을 통해 말씀이 전해지는 일, 친교, 성찬례의 거행, 끊임없는 기도다.

◇초대교회로 돌아가는 기도=8일간의 기도를 위한 매일의 주제 역시 초대교회 역사를 상기시키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첫째 날은 예루살렘 모교회의 배경에서 출발해 이 교회가 오늘날 전 세계 교회에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 둘째 날은 오순절 때 일치를 이룬 첫 공동체가 그 안에 매우 다양한 전통의 원천을 지니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셋째 날에는 일치의 첫째 근본 요소, 즉 사도들의 가르침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말씀을 살펴본다. 넷째 날은 일치의 둘째 표현인 ‘나눔’을 강조한다. 다섯째 날은 일치의 셋째 요소인 ‘빵 나눔’을 표현한다. 여섯째 날은 넷째 요소인 기도에 전념한다. 일곱째 날은 네 가지 요소를 넘어서 부활을 선포한다. 여덟째 날은 화해를 위해 더욱 폭넓게 봉사하자는 과제를 상기한다.

◇일치를 간구하는 예배=공식 자료는 이 주간에 1회 이상, 교회 또는 개별 단위로 일치 예배를 드릴 것을 권한다. NCCK는 “꼭 23일 주일예배를 대체하라는 것은 아니며, 수요나 금요예배 또는 별도의 예배로라도 일치를 경험해 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식 순서는 입당, 하나님 말씀의 거행, 참회와 평화의 기도, 그리스도인 일치 청원 기도, 파견으로 나뉜다. 먼저 ‘입당’에서는 성도들이 찬송을 부르는 동안 목회자 또는 예배위원들이 지역 관습에 따라 알맞은 상징물을 들고 줄지어 예배당에 들어와 회중 앞에 내려놓는다. 목회자가 시작 인사와 환영의 말, ‘예배 초대’의 말을 전한다.

‘하나님 말씀의 거행’ 순서에선 전체가 함께 사도행전 2장 42절을 봉독하며, 목회자는 이 말씀에 맞는 설교를 전한다. 이 본문이 택해진 이유인 ‘사도들의 가르침에 충실하고 모든 것을 공동 소유한다는 생각이 그리스도인 일치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더욱 좋다. 설교 다음에는 침묵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잠시 묵상하기를 자료는 권한다.

헌금에 이어서 ‘참회와 평화의 기도’와 ‘그리스도인 일치 청원 기도’ 순서가 이어진다. 자료는 이때를 위한 몇 가지 상징적 예식을 제시한다. 하나는 촛불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배위원들이 줄지어 가지고 입장한 촛불을 다 함께 ‘참회와 평화의 기도’를 할 때마다 하나씩 꺼 나가되, ‘그리스도의 초’ 또는 ‘부활의 초’로 명명된 초 하나만 남긴다. 성도 모두에게 작은 초 하나씩을 나눠준 뒤 전체 조명을 완전히 끈 뒤다.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서 서로 인사를 나누게 하고,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을 한 뒤, 다시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기도’를 하면서 꺼졌던 초에 하나씩 차례로 불을 붙인다.

또 다른 제안은 어린이나 청년들이 그리스도 성화나 십자가를 그린 큰 그림을 커다란 조각으로 자른 뒤 하나씩 기도를 할 때마다 한 조각씩 맞춰가는 방법이다.

마지막 ‘파견’ 순서에 성도들은 “화해와 기쁜 소식을 선포할 사절들로 우리를 보내시는 하나님께 복을 구한다”는 내용의 기도를 교독한 뒤 찬송을 부르며 예배를 마친다.

NCCK 김 총무는 “초대교회의 발상지이면서도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의 땅인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같은 일치의 경험을 바탕으로 화해와 평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우리도 한국 사회의 분열과 아픔을 생각하며 함께 일치의 기도와 예배를 드리자”고 권고했다. NCCK 인터넷 홈페이지(kncc.or.kr)에서 자료집 전체를 내려받을 수 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