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환우 돕기에 2263만원… 한국트레킹학교 ‘아름다운 기부’
입력 2011-01-17 18:16
“트레킹은 건강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가벼운 산행은 암 환자의 자체면역기능을 증강시키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올해는 기부금 모금과 더불어 암 환자들과 함께하는 ‘치유형 테라피 트레킹’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17일 오전 서울 신천동 한국혈액암협회에서는 백혈병 등 혈액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위한 기부금 전달식이 열렸다. 기부자는 지난해 한국트레킹학교를 수료한 최한종씨 등 2234명. 기부자를 대표해 한국트레킹학교 윤치술(53) 교장이 한국혈액암협회 이철환 사무총장에게 기부금 2263만원을 전달했다.
윤 교장이 기부금 전달의 통로가 되기로 한 것은 엉뚱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한국트레킹학교는 올바른 산행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국민 1일 트레킹 교육기관. 설립 첫해인 2009년 2500명이 수료했고, 지난해에는 45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참가신청 후 교육에 불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윤 교장은 교육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예치금 1만원을 받기로 했다. 교육에 참여하면 예치금을 되돌려주지만 불참자의 예치금은 한국혈액암협회에 기부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불참자에게는 한국혈액암협회의 감사전화와 함께 기부금 영수증이 전달되도록 했다.
윤 교장의 제안에 공감한 교육 참가자들도 기부 대열에 동참했다. 돌려받은 예치금 1만원을 다시 기부금으로 쾌척했고 일부 교육생은 예치금 이상을 기부하기도 했다.
30여년의 트레킹 경험을 바탕으로 나쁜 자세를 교정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트레킹 CST(Clinic Safety Therapy)’ 프로그램을 개발한 윤 교장은 기부문화 전도사로도 이름 높다. 1999년부터 3년 동안 산을 1m 오를 때마다 1원을 한국혈액암협회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86년에는 가수 ‘수와진’과 함께 등산객을 대상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한국트레킹학교(kts2009.com)의 올해 트레킹 교육은 3월부터 시작된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