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회 뒤흔드는 재개발 정책(中)] 정부정책 현실과 괴리 심각하다

입력 2011-01-17 17:14


[미션라이프]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은 1013곳에 달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수도권 11개 지구와 충남 아산 등에서 신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672개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전면철거 방식으로는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원거주민의 주거안정과 재정착이라는 공익 측면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기력한 정책에 재개발 지역은 운다”=현재 27일째 단식 투쟁중인 박세환(백승교회) 목사는 두 번이나 교회를 잃어버렸다. 1995년 우면산 터널이 뚫리면서 200평의 교회가 헐렸다. 지난해 11월에 두 번째로 교회가 헐렸다. 백승교회 자리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박 목사는 “정부가 재개발 지역 원주민에게는 조성원가의 80%로, 지역 유치원과 종교시설에는 100%로 택지를 분양하면서 교회가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생각은 백 목사와 달랐다. 국토해양부 신도시개발과 전상억 사무관은 “불과 1년여 전 종교단체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었다”며 “종교단체가 재개발 지역에 들어갈 경우 당해지역에서 종교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이전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있다”고 강변했다. 과거 교회 면적의 110%까지는 조성원가로, 초과 면적은 감정가격으로 제공했다가 국토해양부가 2009년 5월 내놓은 개정안에 따라 혜택범위를 120%까지 확대했기 때문에 정부는 할 만큼 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강사근 김포한강신도시 대책위원장은 “120%는 명분일 뿐이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120%의 절반에도 살 돈이 없다”며 “재개발 중인 김포한강신도시에서 74개 교회 중 72개가 사라진 게 단적인 예”라고 반박했다.

강 위원장은 원 거주민의 재정착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경제적 부담 능력인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강 위원장이 출석하고 있는 김포 아름다운교회는 1700평이었던 교회 부지에 대해 보상금 23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향후 새 종교부지 1500평을 분양받기 위해선 67억원을 더 내야만 한다. 이 밖에도 건축비로만 50억∼80억원이 소요된다. 따라서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또 “국토부는 택지지구 내에 신설되는 초·중·고교에는 부지를 무상으로 공급한다”며 “준 교육기관인 유치원과 교회에 대해선 조성원가의 50% 정도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의 사회적, 교육적 기능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택지개발과 이안호 과장은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국공립학교는 택지를 무상 공급받을 수 있을 뿐 사립 초·중·고교는 조성원가의 100%로 택지를 분양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사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법’에 따라 시설을 신설할 때 토지를 학교용지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종교시설이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재개발지역 내 임차교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임차교회들은 규모에 따라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2000만원까지의 이사비용만 받을 수 있다. 교회의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한 시설투자비는 전혀 보전되지 않는다. 반면 원 거주민 주거세입자의 경우 2007년 4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임대아파트와 주거이전비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상가세입자의 경우 재개발로 가게를 옮기는 데 따르는 이전비용, 영업하지 못해 발생하는 넉달치 손실 등을 포함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무허가 영업자도 월평균 가계지출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과 이전 비용에 해당하는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임차교회만 비영리단체라는 굴레가 씌워져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 시행사가 종교용지를 배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부천뉴타운지구 주님의교회 김형원 목사는 자신이 속한 재개발지역도 땅과 건물을 가진 교회가 4개나 있지만 종교부지는 전무하다며 “시가의 60%만 보상받고 쫓겨나는 상황에서 교회도, 주민도 모두 흩어지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 전상억 사무관은 “LH 등 재개발 시행자가 사례 검토 및 국민의견 수렴을 통해 일정 면적만큼의 종교시설용지를 배정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SH공사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 교회가 생길 경우 소음, 주차 문제 등 피해를 준다고 하는 얘기가 돈다고 들었다”면서 교회를 혐오시설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기원 서울장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사회 유지 및 발전, 복지에 큰 공헌을 해왔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교회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 신재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