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들의 눈에 비친 한국교회

입력 2011-01-17 13:22

지난해 10월 25일 종교국 인턴기자 6명이 들어왔습니다. 국민일보 22년 역사에서 종교국 인턴기자를 뽑기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국 교회에 방향을 제시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크리스천 기자는 좀 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행한 것입니다. 이들 중엔 회사를 다니다가 온 이들도 있고, 대학 졸업반 학생도 있고, 신학교를 졸업한 이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성경시험, 논술 등을 무난히 통과했고,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교회 곳곳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또 기록했습니다. 이제 이번주면 지난 3개월의 인턴을 마치게 됩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낙오자가 된 한 명을 제외하고는 5명이 모두 인턴과정을 통과하게 된 것입니다. 이들이 취재했던 한국 교회는 지난 3개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인턴들은 그 사건들을 일반인의 시각이 아닌 크리스천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고민하려 애썼습니다. 한국 교회를 향한 그들의 풋풋한 유감(有感)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그 사건 어떻게 된 거야?”
인턴기자를 하면서 지인들로부터 받은 질문이었습니다. 교회 관련 뉴스가 인기 검색어에 오를 때면 ‘사건의 전말’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냐’고. 이름 있는 목사의 성추행 파행, ‘6억’을 받는 목사, 목사의 폭행 사건을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요. 외부인의 눈으로 봐도 ‘께름칙한’ 일들이 교회 안에서 벌어졌습니다.

가히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일들이었습니다. 주말 교회 강단에 서는 목사님이라곤 생각하기 힘든 모습들. 교회 울타리 안과 밖은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돈, 권력, 성(性)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는 존재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문제는 어두운 그림자가 세상 밖으로 새어나갈 때 그에 대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대응방식은 소극적입니다. “이제 그만합시다. 목사님이 떠나시면 된 거잖아요." "그 얘긴 안했으면 좋겠는데요…왜 이렇게 안 좋은 일들에 관심을 가지시는지” 등 사건을 재빨리 수습하고 ‘종결’짓습니다.

교회도 부끄럽고 해당 목사님도 자숙하고 있으니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말자는 분위기입니다. 좋은 것만 드러내고 나쁜 일은 숨기는 한국 기독교에게 사람들은 고개를 돌립니다. 1200만에서 800만으로 줄어든 성도수가 이를 반증합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한국 교회들은 2011년 첫 주일예배 메시지로 ‘신앙 안에 바로서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취재 중 만난 목사님 한 분은 “교회가 이 땅의 소망”이라 했고 여전히 많은 성도들은 새벽기도에 나가 나라와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겨울 추위 속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나님 사명으로 헌신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음에 누군가가 사건의 뒷배경을 묻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함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김슬기 인턴기자


"신(神)의 역할을 대신할 기자"
‘기자는 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직업’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그가 저지르는 바보짓, 그 무수한 범죄와 사건·사고 속에서도 놀라운 성취와 진보를 만들어내는데, 그런 드라마를 끈덕지게 확인하고 알려주는 직종이란 기자직 이외에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 기자가 못 돼서 그런지 몰라도 ‘신의 역할을 대신’은 고사하고 인간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만 무슨 얘기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즉, 성경이 인간의 외면하고 싶은 진실, 죄악과 더러움 연약함 등을 낱낱이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종교의 경전도 이런 비윤리적인 일들을 기록하지 않지만, 하나님은 그 진실을 통해 그분의 구원과 역사를 이루십니다.

인턴기자로 일하다가 ‘목회자 성윤리포럼’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선 제가 존경했던 목사님의 죄악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탁월한 분이었는데 말씀에 순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 말할 것 없이 저의 삶의 목표 역시 순종이 아닌 탁월함이었습니다. 결국 하나도 안 탁월한 인생입니다. 찌질하기만 합니다. ‘별 인생 없다’는 것. 인생은 모두 죄인이라는 것이 오히려 위로가 될 정도입니다.

인턴으로서 제가 쓴 마지막 기사는 루게릭 병에 걸린 샬롬교회 김정하 전도사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온몸이 마비되어 가는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남겨두신 희망의 씨앗 하나를 보았습니다. 고난은 축복입니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닌 거룩입니다.
-신재범 인턴기자


"내가 할 일, 하나님이 하실 일"
인턴 들어오기 전, 청년들의 영성에 많은 영향을 줬던 목회자의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참 좋아했던 목회자였던지라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이것이 내가 종교취재기자가 되서 할 일이로구나’ 교회의 어두운 면을 정화하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인턴기간 동안 목회자 부정, 교단의 권력투쟁, 미션스쿨의 현 주소, 재개발로 사라지는 교회 등 한국교회에 관한 녹록지 않은 주제들을 취재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한국교회의 부족한 단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글을 쓸 때 냉소적인 자세로 교회문제를 판단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참된 변화는 하나님의 능력으로만 가능한데도 제 깜냥과 정보로 전체를 판단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판단하는 나 자신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나 오십보백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간음한 여인을 벌하러 온 군중에게 “죄 있는 자가 돌로 치라”고 일갈했던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교회 문제로 어려운 시기에 문제의 지적뿐 아니라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교회가 회개를 통해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는 것, 저는 이것이 한국교회가 품을 수 있는 희망이라 봅니다. 그렇기에 취재할 때마다 제 소견이 아닌 하나님의 소견으로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지적이 아닌 기도가, 절망이 아닌 희망이라 생각합니다. “고난의 시기에 주님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었다”는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님의 말씀과 같이, 올 한해 절망 속에서 회복을 외칠 한국교회를 기대합니다.
-양민경 인턴기자


"절망의 평행선 끝에는?"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운명이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는 것’입니다.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3개월간 한국교회 안에서 많은 평행이론을 보았습니다. 대상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대형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회자들입니다. 그들은 참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거나 성도수가 적을 때 부임하여 교회를 성장시킵니다. 그 과정은 어렵고 힘듭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께 길을 묻고 또 묻습니다.

교회가 안정이 되고, 자신의 이름이 높이 올라갈 때 쯤 그들에게 3가지 상자가 배달됩니다. 그 안에는 각각 ‘돈, 이성, 명예욕’이 들어 있습니다.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을 더 높게 해줄 날개라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무거운 무게의 추입니다. 참 일관성 있게 그들은 몸에 추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곤두박질쳤습니다. 보고 있자니 절망스러웠습니다.

절망의 끝에서 마지막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을 사랑하고 아파하는 한국교회 성도들입니다. 그들의 이름이 높아지기 전 하나님께 함께 길을 물었던 성도들이 있습니다. 추를 떼어내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동료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3개월의 시간 동안 절망의 평행이론이 굳어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절망의 평행선 끝에 회개와 회복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 평행선이 아직 희망의 색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봅니다.-이사야 인턴기자

"어 회개기도를 하네?"
‘청파동 삼일교회를 찾아가 현장 분위기를 취재해 올 것.’ 종교국 인턴기자로서 첫 발을 디딘 11월 1일. 주어진 첫 미션은 ‘삼일교회 현장르포’였습니다. 그 날은 성추행 사건으로 연루된 전병욱 목사가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사과를 했습니다. 여러 언론에 그동안 보도된 지난 기사를 찾아보니 워낙 민감한 사건이라 제대로 취재할 수 있을지 걱정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출발 직전 선배가 건넨 한 마디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기자라고 하면 무슨 일 당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서 다녀와라.”

가보니 예상보다 평온한 분위기였습니다. 월요일이라 교역자들이 출근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쉽지만 몇몇 성도들이라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침 교회를 찾은 한 청년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목사님 사건 이후 소예배실에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8시 회개기도회가 시작됐어요. 5주째 이어졌죠. 성도들의 자발적 회개기도회입니다.”

그렇게 절망을 예단하고 처음 찾아간 한국교회에서 희망을 취재했습니다. 기독교 연합기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차기 대표를 선출한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 파행을 거듭하며 장로교 교인을 대표회장 대행으로 불러들인 감리교 본부 등 절망으로만 가득할 것 같은 그 현장에도 회개와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구제역으로 지난 11일 긴급히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의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우리 모두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갑시다.”
-홍두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