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럽던 한나라-청와대, 상갓집서 통했다
입력 2011-01-17 00:43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이후 껄끄러워진 청와대와 한나라당 관계에 훈풍이 돌 것인가.
지난 14일 밤 늦게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 부친상을 조문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모인 여권 실세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모았다.
안상수 대표가 오후 4시쯤 상가를 다녀가고 이재오 특임장관과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간발의 차로 조우하지 못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까지 포함한 ‘4인 회동’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밤 10시쯤 상가를 찾은 이 의원은 10분쯤 나타난 이재오 특임장관이 옆에 앉자 “이 장관은 내 적이라고 하던데 정말인가”라고 농담을 건넸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전격적인 ‘정동기 부적격’ 결정을 안 대표-이 특임장관 대 이 의원-임 실장의 권력투쟁으로 해석한 일부 보도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장관은 웃으며 자양강장제를 건넸다. 이 의원은 “역시 실세 장관은 좋은 걸 마시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 의원은 “내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 나이 70이 넘었는데 그것 하나 못 지키겠느냐”며 “이 나이에 권력을 잡겠느냐, 뭐하겠느냐.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도 다행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이 빈소를 떠난 직후 임 실장이 들어와 이 의원 앞에 앉았다. 이 의원은 “신문에서 내 편이라고 하더라”고 다시 농을 건넸다. 거물 조문객들은 둘째아들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입학 폭로 때문에 마음 고생한 안상수 대표를 한목소리로 걱정하기도 했다. 상가에는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한 1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함께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16일 “상가에서 자연스럽게 회동하며 소통의 물꼬가 터진 만큼 이번주부터는 소통을 위한 다각적인 시도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현재 당·정·청 간 공조할 일이 태산같이 많다”고 말했다. 17∼18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 이번 파동에서 한걸음 벗어나 있는 김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중재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