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서승환] 大國의 조건, 인구

입력 2011-01-16 19:31


큰 나라, 소위 대국의 조건은 무엇일까. 흔히 국민소득으로 파악되는 높은 경제 수준, 막강한 군사력, 높은 문화 수준 등을 꼽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인구다.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두 배 정도지만 인구가 100만명에도 못 미치는 브루나이나 사이프러스를 대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에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몇 분의 1 혹은 몇 십 분의 1에 불과한 중국이나 인도를 소국이라고 볼 수도 없다. 장기적으로 실질경제성장률은 인구증가율과 생산성증가율의 합과 같아진다는 점에서도 인구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지 오래되었지만 이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5명으로 전 세계 186개국 중 18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중장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3%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지만 2016년부터 2025년까지는 1.8%에 그쳐 32개 회원국 가운데 17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우리나라에 조만간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가 온다는 것인데, 저성장의 주요인으로 지적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저출산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경제적인 측면만 본다면 아이를 갖는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드는 양육비는 약 2억7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두 명이니까 자식을 두 명 두면 인구가 어느 정도 유지되지 않을까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5억5000만원의 양육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대학 졸업까지 22년이 걸린다면 연간 2500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곧 아이가 둘 있는 집은 아이가 없는 집에 비해 연간 25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재수나 해외연수에 드는 비용, 대학 졸업 후 취직할 때까지 용돈, 결혼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데 이를 모두 포함하면 부담은 훨씬 더 늘어난다.

아이를 갖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에 양육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력투구해 아이들을 기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모두 독립시킨 다음에 노후는 스스로 자립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연간 2500만원씩 저금하고 재테크를 잘했으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를 노후가 막막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둘 이상 기르고 있는 가정의 부모들은 모두 애국자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다자녀 가정에 이런 저런 인센티브를 찔끔찔끔 주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아이를 기르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을 낮출 수 있는 메커니즘을 다양한 측면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문제는 모두 알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양육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모든 대책은 거의 성공적이지 못했다. 혹시 대책의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일하는 젊은이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도 생애최초주택을 용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주택금융적 방법을 찾거나 목돈이 들지 않는 전세제도 등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은퇴 쇼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지금 자기 나이에 0.8을 곱한 것이 과거에 생각하던 나이라는 말도 있다. 노년층 인력을 자원봉사로 활용할 생각만 하지 말고 경제활동인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국으로 가는 길을 여는 방법이 아닐까.

서승환 연세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