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 복지 공방] 한나라 3인의 3색론

입력 2011-01-16 19:36


새해 벽두부터 ‘복지 공방’으로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복지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대권 예비주자들의 경쟁이 일찌감치 불붙으면서 복지 논쟁의 내용과 방향이 여야 간은 물론 같은 당내에서도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흔히 진보의 어젠다로 여겨졌던 복지정책에 보수 진영 대권주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된 데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복지문제에 관심이 높아지자 자기만의 복지정책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생긴 것이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 공청회를 통해 ‘한국형 복지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금 급여 중심의 구시대적인 복지제도를 뛰어넘어 소득과 사회 서비스가 균형적으로 보장되는 ‘생애주기 맞춤형’ 생활복지로 전환하자는 게 핵심이다. 박 전 대표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핵심멤버 이한구 의원은 16일 “수요를 충족 못 시키고 찔끔찔끔 보조해주는 형태의 ‘껍데기 복지’가 많은 게 현재 복지 시스템”이라며 “생애주기별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게 박 전 대표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선별적’ 또는 ‘보편적’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복지문제를 바라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유럽형 시스템을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우리 형편에 맞고, 또 선제적·예방적으로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통합복지 시스템을 만들자는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의료, 보육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아 ‘박근혜표’ 복지정책의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상임위에서 국가 부채, 공기업 문제 등 재정건전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한 만큼 시혜성 정책은 지양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상급식 문제로 서울시의회와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복지 철학은 ‘지속가능한 복지’를 핵심으로 한다. 오 시장은 소득에 관계없이 이뤄지는 ‘과잉 복지’는 포퓰리즘이고, 과다한 세금 지출로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이종현 대변인은 “일본 민주당이 31만원을 아동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집권 후 결국 이를 철회했다”며 “전면 무상급식 등 퍼주기식 복지를 시행했을 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당장의 먹거리보다 자립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 복지정책에 대한 이념적인 정의보다 현실적인 정책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갑작스러운 실업 등으로 인한 위기가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위기가정 무한돌봄’ 사업과 아동들에 대한 방과후 학습지원 시스템인 ‘꿈나무 안심학교’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김 지사는 “복지는 현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복지를 해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알아야 맞춤형 복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대권 경쟁자들을 비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서울시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 “경기도는 서울시처럼 무상급식을 놓고 싸울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서울은 싸운 지 6개월밖에 안됐다”라며 오 시장이 앞으로 벌일 공방에 우려를 표시했다.

또 ‘박근혜식 복지’에 대해 “아직 하나의 방향일 뿐이다. 복지는 실천해야 하는데 이제 겨우 복지기본법만 발표한 것 아닌가”라며 실효성 의문을 제기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