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나빠 더 볼 것도 없다”… 막말 판사 너무해

입력 2011-01-16 19:16


“내 재판에서 증인을 받아준 적이 한번도 없고, 속기사가 없어서 증인은 못 받아줍니다. 사람이 죽어서 억울한 게 아니라 돈이 적어서 억울한 것 아닌가요?”(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을 한명도 받아주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킨 판사)

“수업하는데 왜 떠듭니까. 학교 다닐 때도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지 않았어요?”(사건을 논의 중인 변호사를 상대로 훈계한 판사)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6일 밝힌 일부 판사의 재판 진행 모습이다.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517명이 지난해 법관 903명의 재판 진행 과정을 평가한 자료에는 변호사들이 직접 체험한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과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변호사회는 재판장의 고압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을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았다. 한 변호사는 “재판장이 첫 공판기일부터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반말을 쓰고 ‘인상이 그렇게 나빠서야 더 볼 것도 없다’는 막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부당하게 조정을 강요하고 불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사표시를 노골적으로 하거나 “판결문이 이미 쓰여 있는데 패소하면 어떻게 할 거냐”며 화해를 강요한 사례도 거론됐다. 재판 도중 감정적 언어를 사용하거나 선입관 또는 심증을 드러내는 판사의 태도도 불만이 쏟아졌다.

반면 변호사들은 법관이 사건 당사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쟁점과 법리를 명확히 파악할 때 권위에 승복하고 존경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평가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내가 패소한 사건이지만 공정한 진행,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을 충분히 인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변호사회가 발표한 법관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변호사들로부터 최소 5회 이상 평가를 받은 법관 155명 중 상위평가 법관 15명의 평균 점수는 96.87점이었지만 하위평가를 받은 15명의 평균 점수는 46.10점에 그쳤다.

황적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변호사 19명으로부터 평균 96.84점을 받아 2008, 2009년에 이어 3년 연속 상위평가 법관에 선정됐다. 문영화·홍승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임채웅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도 2년 연속 상위평가 법관에 포함됐다.

그러나 서울 소재 법원의 J판사는 변호사 11명으로부터 평균 35점을 받아 3년 연속 하위평가 법관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J판사와 K판사도 2년 연속 하위평가를 받았다.

조사는 판사의 공정·청렴성, 품위·친절성, 직무성실성 등 5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전체 법관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7.73점이었다. 서울변호사회는 하위평가 법관 15명 명단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평균 점수가 50점 미만인 8명은 당사자에게 통보키로 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