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공세, 천안함 직전과 닮은꼴
입력 2011-01-16 21:59
‘북의 숨가쁜 대화공세, 대규모 무력 도발의 서막인가.’
지난해와 올해 북한의 대화공세 패턴은 흡사한 측면이 있다. 한·미 대응의 틀도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해 초에도 대화공세를 이어가다 천안함 폭침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일으켰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1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5일), 조평통 담화(8일), 아태평화위 통지문(8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등의 통지문(12일), 조평통 대변인과 북한 기자의 문답(14일) 등 6차례 ‘속사포’처럼 대화 제의를 해왔다. 우리 정부는 ‘진정성이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을 필두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며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테마로 한 대화 분위기 조성에 주력했다. 2월 6일에는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사흘 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인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불러들여 6자회담 재개의 군불을 지폈다. 한·미 양국은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명분 싸움을 벌였다. 일각에서 북한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무력 도발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시점이었다.
정부 당국자들과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대화공세도 북한의 강·온 양면전술로 판단하고 있다. 긴장을 조성해 몸값을 높인 뒤 협상 테이블로 나겠다는 고전적인 수법이라는 것이다. 3대 세습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 지원을 극대화하는 데도 이 같은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대화 제의 후 도발을 하는 패턴은 북한 내부의 강·온 기류가 조율되지 않고 표출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웅산 폭파 사건이 있었다. 1983년 10월 북한 공작원이 버마(현재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폭탄을 터뜨려 전두환 대통령을 수행하던 한국의 고위 관리를 포함해 17명이 희생됐다. 테러 직전 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한·미와 3자 평화회담을 열고 싶다”고 대화공세를 취했었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16일 “천안함 사태 직전에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비자가 나와 방미할 준비가 다 됐었다”면서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전에도 북한 외무성이 미국과 막후 접촉을 해 분위기를 조성했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양면전술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박자가 안 맞는다. 치밀하게 계획된 움직임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