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전세대란 원인·대책은] 전세수요 분산 ‘급한 불’… 꽉 막힌 매매수요 물꼬 터야

입력 2011-01-17 00:33


정부의 1·13 전·월세 안정화 대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당장 올 봄 결혼 및 이사철 수요를 해소하기에도 역부족인 데다 금리 인상까지 겹쳐 오히려 전세난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6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주(1월 7~14일)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달 초 정부의 전·월세 대책 발표가 예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전셋값 처방전’은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전세 수요를 분산하고, 점점 증가하는 ‘전세→월세’ 전환 움직임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악의 전세난, 그 이유는=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장·정책적 변수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1차적으로는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집을 사려는 대기수요가 전세로 대거 몰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까지 이어진 저금리 기조도 맞물려 있다. 전세 수요자들은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로 보증금을 올려주며 전세 계약을 고집하려 한다. 하지만 집주인은 집값이 떨어지고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놓는 게 훨씬 유리하다. 즉 수요자들과 집주인 간에 빚어지는 이른바 ‘월세 저항’이 전세 부족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인기학군 지역 등을 중심으로 기형적인 전세계약 방식을 낳았다. 전셋값의 일부를 월세로 돌려받는 ‘반전세(또는 반월세)’나 일단 전세로 계약한 뒤 집이 팔리면 이사를 가야 하는 ‘매매 조건부 전세’ 등이 그것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도 전세 부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세보다 15~50% 값싸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이 대표적이다. 전셋집에서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한 무주택 요건을 채우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현 정부 들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심 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와 임대주택 공급 축소 역시 전세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이달 초만 해도 “전세난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거래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며 “별다른 전세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언론과 여당에서 잇따라 추가 대책 필요성을 제기하자 기존 발표 내용 등을 끼워 급조 대책을 내놨다. ‘뒷북·재탕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세 수요 분산·월세 전환 대책 나와야=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과 전셋값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본부장은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임대시장이 커지는 경우 집값은 비교적 안정세로 돌아서는 측면이 있다”며 “하나가 안정되면 나머지 하나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집값 안정이냐, 전세시장 관리가 우선이냐에 대한 정책적 딜레마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전세난이 ‘급한 불’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전세 수요 중 일부를 매매 수요로 유도하는, 즉 전세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1~2인 가구에 초점을 둔 공급량을 늘리기보다 ‘선택적 전세 수요층’의 관심을 매매 수요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택적 전세 수요층은 집을 살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세를 선호하는 계층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수요층이 집을 사려고 해도 저가의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세제 조정을 통해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보유 주택을 처분하고 중대형 주택으로 옮기는 경우 한시적으로 금융·세제 부분을 지원해 주거나 임대사업자의 세제감면 대상에 중대형 주택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공급난이 상대적으로 심한 중소형 아파트 전세 수요를 일정 부 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에 대한 지원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경우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갱신이 가능토록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장기 임대차계약 시 임대인에게 양도소득세나 재산세를 일부 감면해주는 ‘계약임대주택’ 도입 등도 주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저소득 세입자들의 경우 임대료 보조금 등을 통해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