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비싼 건 인정하면서도 안정화 방안엔 ‘줄다리기’
입력 2011-01-16 22:15
‘비싸긴 한데 어떻게 내리지?’
정부나 정유업체 모두 현재 석유제품 값이 비싸다는 점에선 의견이 같다. 하지만 가격 안정 방안을 놓고 주장이 엇갈린다. 이번 기회에 유류세 체제 변경, 수요억제 방안 마련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유사 마진 탓 vs 높은 세금 탓=정부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기름값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기름값에 부당한 이익이 끼어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제 유가가 오르면 국내 휘발유값은 껑충 뛰지만 국제 유가가 내릴 땐 국내 가격이 찔끔 내려가는 ‘가격 비대칭성’을 부당 이익의 핵심으로 보고 이를 뜯어 고치겠다는 태세다. 정부는 태스크포스 구성 등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할 방침이다. 소비자시민모임도 16일 국제 휘발유값은 환율변동까지 감안해 1년 동안 ℓ당 130.44원 올랐는데 국내 가격은 168.27원 올랐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국제 유가 외에도 세금과 환율, 관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국제 유가만 놓고 국내 제품값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휘발유값이 역대 최고였던 2008년 7월과 현재를 비교하면 유류세와 관세 등 세금만 95원 정도 차이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어떤 업계도 하지 않는 공급가격 공개마저 하고 있다”면서 “가격의 절반인 세금 문제엔 눈 감은 채 정유사만 후려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유통 과정 개선 및 근본 대책 절실=정부와 정유사가 기름값 상승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정작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이다. 높은 값을 지불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가격 비대칭성 지적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비대칭성이 나타나고 있다. 정유사 평균 공급 가격은 지난달 넷째 주 1714.20원에서 다섯째 주 1696.71원으로 17.49원이나 떨어졌다. 국제 유가 인하에 조정을 받은 것. 하지만 주유소 판매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정유사 공급과 주유소 판매 간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일정 부분 유통 거품이 있는 셈이다. 유통 부문의 거품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셀프 주유소 확대 방안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석유 수입업자 등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기존 정유사들과의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 논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름값에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예가 전기차 등 그린카”라며 “앞으로 그린카가 늘어나는 만큼 일반 휘발유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유류세에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책목표를 가격 인하에서 수요 억제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주도의 기름값 인하로 석유 소비가 늘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흐름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석유제품을 포함한 에너지 사용량은 계속 증가추세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문의 가격을 물가 안정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운영되는 등 에너지 부문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며 “때문에 에너지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고 불필요한 수요도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분야 가격을 올리는 대신 높은 가격이 부담되는 서민층을 위해선 석유구매권, 세금 환급 등으로 직접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