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독재자 내몰다… 23년 통치 튀니지 대통령 민중봉기에 축출

입력 2011-01-16 21:49

“튀니지 독재자, 트위터 혁명에 무너지다.”

‘23년 철권 통치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74) 대통령을 축출한 튀니지 민중 봉기를 다룬 15일자 미국 일간 ‘이그재미너’의 기사 제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혁명이 장기 독재에 신음해온 아프리카 북부의 가난한 나라 튀니지의 민주화 역사 새 장을 열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청년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26)가 소도시 시드부지드에서 분신을 시도하자 젊은이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이를 전파했다. 또 젊은이들은 지난 4일 부아지지가 병원에서 사망하자 SNS를 통한 사이버 투쟁 단계를 넘어 오프라인 시위를 조직화했다.

튀니지 독재 정권은 관련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개인 정보를 해킹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국민들의 사이버 투쟁을 막지 못한 채 14일 결국 무너졌다. 부아지지 분신 이후 4주 만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電文)도 민중봉기의 또 다른 공신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벤 알리 대통령 일가의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전문들이 튀니지 민주화 운동가들이 만든 유사 웹사이트인 ‘튀니리크스’를 통해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처럼 문명의 이기는 진화를 거듭하며 민주화 편에 서 왔다. 1979년 이란 혁명은 이른바 ‘카세트 혁명’이었다. 프랑스 파리에 망명해 있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연설을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를 이란에 밀반입시켰고, 이것이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국을 탄생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1989년 천안문 사태는 중국 대학생들이 팩시밀리를 통해 서방에 시위 소식을 알린 탓에 ‘팩시밀리 혁명’이라고 불린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