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골수 극우’ 르펜 정계은퇴… 딸 마린이 국민전선 대표 맡아 2012년 대선 도전

입력 2011-01-16 22:12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의 장-마리 르펜(82) 대표가 15일 정계에서 은퇴했다. ‘골수 극우파’ 르펜 대표가 40년 가까이 키운 국민전선은 딸 마린 르펜(42)이 아버지에 이어 이끈다.

르펜 대표는 15일 국민전선 당 대회에서 고별연설을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르펜이 1972년 창당한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국민전선은 갈수록 프랑스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르펜 대표는 2002년 대선에서 2위를 기록, 프랑스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충격을 줬다. 잇단 극우 발언으로 논란을 샀던 그는 마지막 날까지도 신념을 강조했다. 그가 “이슬람 인구 및 이민 증가로 국가가 정복당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할 때 장내는 열광의 도가니였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현지 TV는 아버지 연설에 환호하는 마린의 뺨에 눈물이 흐르는 장면을 클로즈업해 내보내기도 했다.

부대표 중 한 명인 마린은 지난 14일 2만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대표선거에서 3분의 2를 득표, 경쟁자 브루노 골니시(60)를 물리쳤다. 그는 16일 투표 결과 공식 발표와 함께 대표로 취임했다.

마린은 여성으로서의 부드러운 이미지로 국민전선의 파시스트적 이미지를 탈피시킬 신세대 극우파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전략상 여성차별주의자, 반유대주의자라는 오명을 얻은 아버지의 극우 이미지와 거리를 두기 위해 반이민 및 반이슬람을 중심의제로 내세운다.

마린은 5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실패한 아버지 뒤를 이어 2012년 대선에 도전한다. 대선에 도전할 경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큰 위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민전선에 대한 지지도는 경제난과 고실업 속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극우전선 지지도는 1년 전의 18%보다 오른 22%를 기록했다.

변호사 출신의 마린은 기초·광역 시의원을 거쳐 2004년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되는 등 차곡차곡 정치 경력을 쌓아 왔다. 아버지 후광 덕에 벼락출세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2번 이혼했고,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