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어린이에게 선수촌 개방… 열린 학습체험장 조성” 박종길 신임 태릉선수촌장

입력 2011-01-16 22:05


국가대표 선수의 요람인 서울 태릉선수촌 수장에 임명된 박종길(64) 촌장은 “어린이들에게 선수촌을 개방해 연습과정 등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열린 학습체험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16일 태릉선수촌 행정동 2층 촌장실에서 만난 박 촌장은 “자리를 지키는 촌장이 아니라 봉사와 희생을 통해 선수촌 분위기를 활기차고 즐겁게 만들어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선수촌 개방과 관련해 그는 운동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로부터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선수촌을 견학하고 싶다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선수촌을 개방할 경우 공부에 찌든 어린이들이 스포츠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어 국민체력 향상에도 보탬이 될 거란 생각이다.

이달 초 부임한 그는 이미 부지런한 촌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매일 오전 6시, 새벽 달리기를 하는 선수들에 앞서 5시40분부터 운동장을 10바퀴나 돈다고 한다. 게다가 태릉국제아이스링크의 강사 현황 파악은 물론이고 선수들이 밥을 먹는 식당 주방까지 직접 챙긴다.

“주방 현황을 직접 파악한 결과 조리사들의 근무 여건이 나빠 이직률이 높은 것을 알고 용역회사 간부들을 불러 즉각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요새 박 촌장은 식당 아줌마들로부터 인기가 최고라고 한다. 지금까지 주방을 직접 챙긴 촌장은 아무도 없어 선수촌에 깐깐한 촌장이 왔다는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는 1978년 방콕, 82년 뉴델리,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 속사권총 선수로 나서서 모두 3개의 금메달을 딴 사격의 달인이다. 해병대 출신인 박 촌장은 공부하는 체육인으로도 유명하다. 생리학을 전공해 체육학 석사학위를 따고 운동을 통해 병을 치료해주는 운동처방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여자 체조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는 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많이 먹지 않아 근육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한 그는 부속 연구시설인 스포츠과학연구소에 체조와 영양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하도록 지시해 놨다고 소개했다.

뭐니뭐니해도 그의 첫 번째 목표는 내년 8월에 열리는 런던올림픽의 성과다. 최소 금메달 15개를 목에 걸어 6위 안에 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촌장은 사격 양궁 수영 등 금메달이 유력한 종목뿐 아니라 메달밭이었던 레슬링과 복싱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레슬링과 복싱의 경우 연맹 간부들이 조직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해 선수들이 운동을 할 동기를 찾지 못한 것이 침체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 촌장은 이에 따라 최근 이 연맹 간부들을 만나 선수들이 메달을 딸 경우 충분한 보상을 해줄 것을 다짐받았다. 필요할 경우 자신이 직접 나서서 거액의 후원금을 직접 모을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체육계 안팎에 지인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으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도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라고 귀띔했다.

“선수촌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결국 런던올림픽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며 말을 맺었다.

박병권 기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