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스러운 전직 국정원장의 처신

입력 2011-01-16 17:59

참여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씨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좌파 성향의 일본 잡지에 기고한 글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책을 저술하려다 제지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할지 몰라도 전직 정보기관장의 처신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김씨의 저술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다룬 ‘10·4정상선언을 말한다’와 ‘북한 핵의 종말’이다. 국정원은 출판을 불허했다. 그는 이와 별도로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관계’도 출판승인을 신청해놓고 있다. 국정원직원법은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아낸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비밀을 공표하고자 할 경우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국정원은 김씨의 저술 내용에 재직 중 취득한 대북 정보가 상당량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최근 일본의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 논란을 자초했다. 글 내용을 보면 오해를 받을 만한 소지가 많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책임이 남쪽에만 있다거나, 서해에서의 연이은 장병과 민간인 희생이 남북관계 동결 때문이라는 식이다. 모두 이명박 정부의 탓일 뿐 북한의 책임을 주장한 대목은 없다. 연평도 포격을 우리 안보의 구멍으로 인한 ‘연평패전’으로, 천안함 폭침을 ‘천안함 침몰’로 표기한 데서 보듯 글은 균형감을 잃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제기한 문제를 이념의 잣대로만 재단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그야말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다. 문제는 그의 신분이다. 다른 나라가 그를 기준으로 대한민국 정보기관장의 수준을 평가할까 두렵다. 현직 시절에도 잦은 노출과 실수로 걱정을 안기더니 퇴임하고서도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음을 본인은 알아야 한다.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가 어제 그의 회원 자격을 박탈한 것도 이런 국민의 뜻이 반영됐다고 본다. 혹시 정치에 뜻이 있으면 국정원 이름을 팔지 않고 스스로 새 길을 떳떳이 열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