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초대석-한국기독교교회협 신임 총무 김영주 목사] “NCCK 옛 전통과 위상… 그 초심 되찾겠다”

입력 2011-01-16 19:21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종합편성채널, 13일에는 구제역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었다, 15일에는 오전 내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준비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회의와 위원회가 진행됐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응과 교단 간 협력, 두 방향 다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해 12월 NCCK의 새 총무에 오른 김영주(59) 목사의 영향이 크다. 14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만난 김 총무는 “한국 교회에 위기감이 팽배한 이때, 교회의 ‘가치’를 다시 찾는 역할을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위기감을 동력으로=김 총무는 취임한 지 갓 한 달 됐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만나 대화한 교계 및 사회 각계 인사들이 몇 명인지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NCCK의 옛 전통과 위상을 되찾으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의외로 보수적 목회자들조차도 “진보성을 버리라고 하지 않을 테니 더 이상 교회 이미지가 추락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활동을 펼쳐 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것이지요. 목회를 안정적으로 잘하고 있는 분들도 마찬가집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맹목적 추수주의, 비판 없는 현실 수용으로 계속 나가다가는 신뢰받는 종교가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인 것입니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이유 중 첫째를 김 총무는 “사회적 책임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1910년쯤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처음 뿌리내릴 때는 지식인들을 모아 나라의 미래를 모색하던 ‘성문안교회’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고 치료하던 ‘성문밖교회’가 함께 있었고, 그런 교회를 보고 젊은이들이 교회로 몰려들었다면, 지금은 그런 책임에 무감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교회를 외면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김 총무는 “한국 교회는 1970년대는 민주주의와 노동자의 권리, 80∼90년대는 통일 등 그 시대에 한국 사회가 갈급해하면서도 감당하지 못하는 일에 뛰어들어 대신 감당하고 고난을 받았다”면서 “2000년대 들어 교회가 갑자기 기득권층이 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성장보다는 성숙=김 총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칭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깜짝 놀랄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원을 통해 무엇보다 먼저 ‘깊은 영성의 회복’을 위한 연구에 나서기를 원했다. “신앙이란 결국 주님을 만나는 것, 주님의 영에 사로잡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예배는 교인들을 단지 잘 짜여진 연극 한 편 관람하는 관객 취급을 해서는 안 되지요. 예배 후에 깊은 영성을 느끼고, 성도 간에 영적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그런 예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교단과 교파가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겁니다.”

또한 교회 내 직제, 교단장 선출방식 등 교단별로 다르면서 기준과 체계가 없는 부분들을 함께 연구해 가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그동안 교회들이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다면 이제는 차분하게 내면을 다져가자는 것이다.

김 총무는 “그렇다고 성장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이제는 성숙에 더 주력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대화는 내 달란트=김 총무의 당면 과제 중에는 ‘대화’의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 많다. 앞서 설명한 연구원 일부터가 그렇고, WCC 총회 준비를 위해 회원 및 비회원 교단들과 수없는 논의를 해야 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연합예배 등을 위해 정부 및 북측과도 지난한 줄다리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저는 사람 만나는 것, 사귀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와 가치가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도 그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내 달란트고 복이지요. 이런 나에게 하나님께서 사명을 맡기신 걸 보면 지금은 이렇게 중간자, 다리를 놓는 사람이 가장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NCCK 총무직을 맡기로 결심했던 계기에 대해서는 “과거 ‘엔씨씨맨’으로서 일하며 두렵고 떨리는 감동이 있었다”면서 “그 소중했던 가치가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저는 교회의 본질적인 가치, NCCK가 감당해야 할 가치만큼은 지키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러다보면 현상에 역류하는 일도 있겠지요. 그러나 예수님도 당시 사형 언도를 받을 만큼 기존 가치와 거세게 충돌하는 사역을 하셨습니다. 저도 두려워하지 않고 가치를 지켜 가겠습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