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재희] 엄마의 결혼 준비

입력 2011-01-16 17:52


내게는 혼기를 앞둔 딸들이 있다. 나는 우리 아이가 귀한 배우자를 만나 아름다운 그리스도 가정을 이루고 살기 원한다. 결혼에 대해 강의도 하고, 불행한 결혼 문제로 고통 받는 이들을 섬기고 있지만, 막상 나는 결혼과 관련해 어떻게 자녀를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불행한 가정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인지 나는 우리 아이들의 결혼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가지 충고를 해 줬고, 그것이 자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작 그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또 마음껏 누리는 것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문득 결혼을 앞둔 시기에 우리 어른들은 어땠는지 생각해봤다. 그때 나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 부모님과 마음껏 상의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전화로 “지금까지 너를 잘 키웠으니, 결혼은 스스로 지혜롭게 결정해라. 나는 너를 믿는다. 다만 누구를 만나든 서로 진실하고 정직하게 교제하라”고 말씀하셨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기에, 하나님께 진지하게 기도드렸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단순하고 무식하게 결혼을 결정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중요한 결정을 앞둔 청년의 시기에 아버지는 나를 신뢰했고, 나는 내 연약함을 알았기에 하나님께 기도하고 응답을 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나를 신뢰했듯이 나는 내 자녀를 그렇게 신뢰하고 있지 않은가 보다. 이것은 내 아이가 신뢰할 만한 자질이 부족해서 그러는 게 아닌 것이 분명하다. 혹시 내 불안으로 인해 자녀를 믿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조종하려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문제에 대해 기도했을 때 나는 위로의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내 아이의 아버지이시며, 그들을 산과 들, 때로는 강으로 데리고 다니시며 돌보시고 가르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나는 불안과 염려에서 자녀를 놓아 나보다 내 자녀를 더 사랑하시고, 온전하게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께 아이의 결혼 문제를 내어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딸을 결혼시킨 분 주위에 친구들이 모여 결혼시키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려놓음”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에 모두 웃었다. 그녀의 둘째 딸도 몇 달 후면 결혼할 예정인지라 친구들은 둘째 딸까지 결혼시키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더 내려놓음”이라고 답했다. 물론 그녀가 우스갯소리로 대답한 것이었지만, 나는 정말로 멋진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성장한 자녀를 둔 엄마의 결혼 준비는 자녀를 향한 신뢰와 염려를 내어드리는 믿음, 그리고 자녀와 배우자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더 내려놓는 훈련이 아닐까 싶다.

김재희(심리상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