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변화 전제 내걸었지만… ‘강경→대화’ 전환 시사

입력 2011-01-14 18:25


게이츠 美 국방 발언 의미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14일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직접 언급하고 나선 것은, 현재의 한반도 긴장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북한에 군사적인 강경대응을 이끌어 온 미국 국방장관이 군사적인 옵션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미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한·미 양국이 대규모 연합훈련 등으로 더 이상의 도발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군사적인 의지를 북한에 보여준 만큼, 미국 정부가 이제는 외교적인 방법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할 단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해 들어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대화 공세에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유연한 대응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가 앞서 중국, 일본 방문에서 한반도 문제를 집중 협의했다는 점에서, 대화로의 국면 전환 요구는 우리 정부에 압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게이츠 장관 발언이 북한이 핵문제 등에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한·미의 입장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게이츠 장관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해야 하고 진정성을 갖고 나와야 한다는 단서를 분명하게 달았다”며 “한반도의 긴장을 한껏 올려놓은 북한과 무조건 대화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한반도 상황관리를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6자회담 재개와 남북 간 긴장완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미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 정부는 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3가지 선행조치를 설명했고 게이츠 장관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3가지 선행조치란 북한이 천안함 피격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해야 하며, 핵문제에 진정성 있는 자세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회담에서도 두 장관은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핵과 군사적 모험주의를 포기한다는 분명한 의지와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양국이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북한의 도발위협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에 이같이 촉구했다고 전했다. 회담은 오후 2시40분 시작해 40분가량 이어졌다.

아울러 게이츠 장관 발언은 북한에 대해서도 대화를 위한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강조한 그가 한국에 와서는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며 북한 당국에 ‘대화’와 ‘대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을 주문했다고 볼 수 있다.

또 6자회담 재개를 줄곧 주장해 온 중국 입장도 배려하면서, 중국 측이 북한에 대화에 나서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의도도 담겼다는 관측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