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부실 저축은행에 극약 처방… 벌써 ‘다음 타깃’ 거론
입력 2011-01-14 22:27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강조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속도전 방식이 윤곽을 드러냈다. 14일 서울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 내용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정부의 극약처방에 금융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초단기대책 왜 나왔나=저축은행 부실의 심각성은 지난 연말부터 감지됐다. 105개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이 지난해 6월 말 8.7%에서 12월 24.3%로 3배가량 폭증할 것이라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온 것이다. 14일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경우 2009 회계연도에만 당기순손실액 914억원보다 큰 1157억원을 PF 손실을 메우기 위해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지난해 6월 말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이 -1.42%로 극한상황에 몰렸으면서도 최근까지 정상 수준인 6%에 맞춰 공시하는 등 부실을 감춰왔다.
이런 부실 감추기는 빙산의 일각이란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가 밝힌 삼화 부실대책은 다른 곳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가 “이번 조치를 통해 선제적이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드러난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경영정상화에 미적대는 다른 저축은행들에 대한 일벌백계의 뜻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부실 저축은행 매각에 스피드를 내겠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 61개 저축은행과 체결한 경영정상화 양해각서(MOU) 이행이나 자체 인수합병(M&A)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예금보험공사가 가교저축은행을 만들어 자산·부채를 이전하고 부실을 털어 자산을 정상화한 뒤 매각하는 방식을 써왔다. 하지만 이 경우 영업정지부터 매각까지 15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해 가교저축은행 없이 2개월 만에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선정하는 초단기 매각 전략을 세웠다. 자체 경영정상화 시한도 통상 2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고 매각절차도 병행함으로써 부실 규모와 예보기금 투입 부담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초단기 매각 방침은 최근 금융지주회사들과 사전조율을 통한 저축은행 인수방침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벌벌 떠는 저축은행=저축은행들은 숨을 죽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다음 순번이 누구냐”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삼화의 경우엔 지난해 11월부터 조짐이 있었다”면서 “시간적 여유를 줄 것으로 생각했다가 갑작스런 사형선고가 내려져 부실 은행들은 걱정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그는 “영업정지보다는 곧바로 M&A 조치도 가능한데 아무래도 정부가 시범케이스로 극약처방을 쓴 것 같다”고도 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최우선 정리대상으로 저축은행 6군데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71년 설립된 자산 1조4000억원 규모의 삼화저축은행은 서울 동대문 일대에서 의류상인들을 상대로 영업해 오다 1980년대부터 강남 일대 부유층으로 주 고객층을 바꿔 시장을 키워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와 부동산 PF 부실로 경영위기를 맞았다.
이동훈 김아진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