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각 될라” 檢, 강희락 영장 기각에 곤혹… 이길범 영장도 주저
입력 2011-01-15 00:24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비리 수사와 관련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법원의 영장 기각 취지로 볼 때 곧바로 영장을 재청구해도 발부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장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모(65·구속기소)씨로부터 분양권과 3500만원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김강욱 차장검사는 14일 “이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법원에 대해선 “이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본인이 4000만원 받은 것도 인정하는데 말이 안 된다”면서 “공무원이 4000만원이나 받아놓고 본인이 대가성이 없다면 그만인가”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그러면서 강 전 청장이나 이 전 청장 영장 청구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하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선 강 전 청장 영장 기각으로 함바집 로비 수사가 초기에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유씨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해 왔지만 막상 돈을 준 물증이나 대가성을 입증할 정황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의 뇌물사건 판결 흐름으로 볼 때 뚜렷한 물증이나 촘촘한 정황증거가 없으면 금품 제공자의 진술을 배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 안팎에선 “유씨가 왜 그렇게 진술을 술술 하느냐”며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는 유씨가 돈 준 정황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바람에 검찰이 주변 정황증거를 수집하는 데 소홀히 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게다가 강 전 청장은 “유씨에게서 4000만원을 빌렸고 나중에 돌려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에게 도피자금으로 4000만원을 준 게 아니라 돈을 갚은 것이란 설명이다. 강 전 청장의 해명이 사실이고 청탁을 들어준 게 없다면 사법처리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은 우선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이 받은 돈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통화기록이나 주변인물 조사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으로 강 전 청장은 일단 접어두고 다른 연루인사들 쪽으로 수사를 하면서 물꼬를 틀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유씨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배건기(53) 전 청와대 감찰팀장을 출국금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