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때문에 年 13조원 비용 추가 발생”… 英 왕립국제문제硏 조사

입력 2011-01-14 22:31

전 세계를 무대로 날뛰는 해적 때문에 연간 70억∼120억 달러(약 7조8000억∼13조4000억원)의 경비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말리아 해적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말리아와 함께 서아프리카 기니만, 나이지리아 연안, 말라카 해협 등에서 해적이 출몰하면서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2005년 이후 5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콜로라도의 ‘하나뿐인 지구미래 재단’ 애나 보우든 연구원은 “비용 발생 항목 중 일부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15만 달러였던 평균 몸값은 지난해 약 250만 달러로 치솟았다. 해적 출몰 해역을 지나는 선박의 보험 프리미엄도 3배나 뛰었다.

영국 BBC방송도 2006년 이후 1600차례의 해적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54명이 숨졌다고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추가 비용은 인질의 몸값, 할증된 보험료, 항로 수정 및 군 순찰 활동, 보호 장비 설치, 붙잡은 해적 기소 비용, 운반비 상승으로 인한 동아프리카 지역 식량가격 인상 등 간접 경비까지 모두 포함해 산출했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은 인도양을 통과하는 화물 운송비용을 인상시키고 있었다.

보고서는 또 이집트 수에즈운하의 수입이 최근 2년간 20% 하락한 것도 경제위기와 함께 물동량의 약 10%가 이 해역을 피해 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우든 연구원은 비용 발생이 지속될 경우 수송비용이 인상되고 결국 석유, 광물, 식량 가격을 인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제는 이들 비용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사용된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을 치유하는 데서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러시아 일본 미국 해군은 해적이 출몰하는 해역의 순찰을 강화했다. 하지만 소말리아 해적 본거지인 내륙 지역은 거의 방치 상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