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과 정상회담 앞두고 연일 對中 경제 압박 이유는… 위안화 절상 등 유리한 고지 선점 포석

입력 2011-01-14 18:07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18일 방미를 앞두고 미국이 무역불균형 문제 등을 거론하며 연일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원론적인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방어하는 모양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제기될 위안화 절상 문제 등에 있어 서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4일 1면 머리기사에서 “중·미 양국은 겉으로는 서로 마찰과 대립이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에 있어 마음이 통하는 나라”라며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 국제논평에서 미국이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기업의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실었다. 신화통신 등 주요 관영언론도 양국의 경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같은 논리를 폈다.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는 무역불균형 문제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막대한 무역 불균형이 세계적 안정과 번영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로크 장관은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차별과 지적재산권 침해 등 큰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과의 공정한 상업적 관계를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엔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공정한 게임’을 강조하며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었다. 유럽연합(EU)도 중국 압박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금융으로 피해를 본 역내 기업 사례를 조사, 중국 저가 수출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수출 금융을 견제하고 나섰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위안화 환율 절상으로 중·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진 못한다”며 “양국의 무역 불균형은 국제적인 산업 분업화가 초래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첨단기술과 상품 수출을 제한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해명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과의 공동 노력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한 종합적인 조치로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적절한 타협책이 도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은 점진적인 환율 인상과 환율 개혁 등을 제시해 미국의 예봉을 피하면서 대규모 대(對)미 투자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위안화 절상 요구를 완화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