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함정수사로 인한 위법은 무죄”
입력 2011-01-14 18:07
2009년 8월 오후 7시쯤 경찰관 김모씨는 컴퓨터 8대가 설치된 서울 신림동의 작은 PC방에 손님으로 위장해 들어갔다. 그는 사장 신모(50·여)씨에게 1만원을 주고 산 선불카드로 일명 ‘맞고’ ‘포커’ 등과 같은 사이버 도박 게임을 했다.
김씨는 이후 신씨에게 “사이버머니 2만원을 현금으로 환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씨는 “여기서는 환전이 안 되니 직접 알아보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김씨는 집요하게 거듭 환전을 요구했다. 2시간 동안 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끝내 신씨는 알아서 환전을 해보라는 취지로 김씨에게 환전업자 ‘마실장’과 전화 연결을 해줬다. 그 순간 경찰관들이 PC방으로 들어와 신씨를 게임산업진흥법 위반으로 체포했다. 함정수사였던 것이다.
신씨는 사이버머니 환전을 알선해준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신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검사 김정호)는 신씨에 대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주가 사이버머니 환전을 해줄 수 없다고 수차례 거절했지만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이 집요하게 환전을 요구했다”며 “이런 정황을 보면 신씨는 환전 알선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의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이버 도박을 할 수 있는 PC방을 운영한 혐의(도박장 개장)는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