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도 교사도 외면하는 자공고… “정책 수정해야” vs “성급한 주장”
입력 2011-01-15 00:25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신뢰를 얻을 수 없어요. 정말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 거 같아요.”
서울 지역 한 자율형공립고(자공고) 교장인 A씨는 14일 지난 한 해 느꼈던 고충을 토로했다. A씨는 학교가 지난해 자공고로 전환된 뒤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교 살리기’에 명운을 걸었다. 하지만 A씨의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대 1을 밑도는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는 “잘 가르치는 교사를 데려오고 싶지만 ‘열악한 학교’라는 인식 탓에 오려는 교사가 없다”며 “학생 선발권이 없어 우수한 학생을 데려올 수 없으니 학교 수준을 끌어올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비선호 학교’라는 자공고의 굴레=자공고는 ‘교육소외 지역에 명문고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출범했다. 일반계고보다 교육과정 운영에서 자율성이 크게 확대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필수 이수단위 116단위 중 72단위만 편성하면 된다. 교육과정 개발비, 교원 연수비 등의 명목으로 연간 2억원을 지원받는 등 상당한 혜택도 있다.
하지만 A씨처럼 자공고를 운영하는 교장들의 한숨은 깊다. 자공고로 지정됐을 때만 해도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장밋빛 희망을 품었지만 학교 선호도가 여전히 기대치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2011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 결과 서울시내 자공고 17곳 중 3곳은 미달됐다. 지난해(1곳)보다 2곳 늘어난 것이다. 2대 1 이하 경쟁률을 보인 곳은 10곳이 넘었다.
이런 현상은 이들 학교가 교육환경이 열악하거나 학력 수준이 낮았던 ‘비선호 학교’였기 때문이다. 일반계고 시절 ‘기피학교’로 분류됐던 한계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공고는 학교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력 수준에서 뒤처진다. 교육업체인 하늘교육이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토대로 서울 지역 특목고와 특성화고, 일반계고를 합한 306곳의 순위를 매긴 결과 자공고 17곳 중 15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곳은 3곳에 불과했다. 10곳은 200위 밖이었다.
◇“자공고 정책 수정해야” VS “성급한 주장”=교과부는 내년까지 자공고 수를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공고로 선정된 학교에 비선호 학교라는 ‘낙인 효과’가 생겼다며 정책 방향 수정을 요구한다.
최홍이 서울시교육의원은 “서울에서 2년 연속 미달된 B고의 경우 이제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려는 학교가 됐을 만큼 자공고 정책이 되레 학교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훈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자공고가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되면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는 “원래 인기가 낮았던 학교여서 경쟁률이 저조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잘 정착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