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0일 개봉 영화 ‘글러브’ 홍일점 유선 “발랄 연기 더 어려워… 회식도 안 가고 몰입”
입력 2011-01-14 17:34
“어두운 역할만 하다가 밝은 역할을 처음으로 맡으니 오히려 어렵고 신경이 쓰이더군요. 촬영기간 있었던 회식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20일 개봉하는 영화 ‘글러브’의 홍일점 유선(34)을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글러브’는 전작 ‘이끼’에 이은 강우석 감독과의 두 번째 작품이다. 여배우의 존재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강 감독이기 때문에 유선의 잇따른 출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강 감독이 두 작품에 연달아 한 명의 여배우를 캐스팅한 건 ‘미스터 맘마’(1992)·‘마누라 죽이기’(94)의 최진실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건 제가 감독님한테 유독 잘 보였기 때문이 아니라, 감독님이 아는 사람과 작업하는 것을 편하게 여기기 때문이에요. 함께 했던 사람들은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하니까. 현장 스태프들이나 조·단역으로 나오는 분들도 꾸준히 감독님과 호흡을 맞춰 온 분들이고요.”
‘글러브’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다니는 충주성심학교의 음악교사 ‘주원’이다. 야구부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선수들과 코치 상남(정재영 분) 사이에서 가교가 되는 인물. 발랄하고 열의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인데 설득력 있는 연기로 식상함을 상쇄했다.
“생각처럼 쉬운 역할은 아니었어요. 영화에 꼭 필요한 역할이고 비중도 큰데, 영화의 흐름을 갖고 가는 건 상남이지 주원이 아니거든요. 너무 도드라져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묻혀버려서도 안 되었어요. 홍일점이라는 게 바깥에서 보면 눈에 잘 띌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인 듯한데 오히려 남자 배우들에게 가려지기 쉬워요.” 연기에 대한 고민 때문에 촬영 중 회식에도 잘 끼지 않아 정재영으로부터 “‘이끼’하던 때랑 왜 이렇게 다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오히려 ‘이끼’의 ‘영지’처럼 어둡고 사연 있는 인물을 연기하기가 훨씬 편했다고 한다. 이제껏 쾌활하고 그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남들도 할 수 있겠다, 쉬운 역이다’는 생각이 들면 욕심이 안 생기더라고요. ‘이건 정말 하기 어려운 역인데 누가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역할에 승부욕이 생겨서 스릴러나 호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가볍고 경쾌한 이번 영화가 외려 어렵게 여겨진 것. “그래도 시사회를 본 지인들이 오히려 ‘너 연기 편하게 했겠다’는 말을 해줘서 안심이 된다”고 한다.
올해로 꼭 데뷔 10년. 10년 후 쯤에는 ‘이 역할은 유선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또래 톱스타들과는 달리 천천히 착실히 쌓아온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스타가 되거나 화려하게 주목받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다만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니까 역할을 기다려야 할 땐 답답했죠. 하지만 지금은 주위 사람들이 ‘너는 차곡차곡 발걸음을 밟았으니 후퇴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세요.”
흥행에 대한 기대치를 묻자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개봉 첫 주에 몇 명이 본다는 게 화제가 될 영화가 아니라 꾸준히 장기적으로 흥행할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글러브’가 개봉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두 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 된 상태. 그의 2011년은 무척 바쁠 듯 보였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