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머무른 소년의 사랑이야기 ‘세인트클라우드’
입력 2011-01-14 17:29
진한 여운이 느껴지는 로맨스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벤 셔우드의 베스트셀러 소설 ‘찰리 세인트클라우드의 죽음과 삶’(한국에서는 ‘세인트클라우드’로 번역됐다)을 영화화한 ‘세인트클라우드’가 해답이 될 수 있겠다. 할리우드의 청춘스타 잭 에프론과 아만다 크루가 주연을 맡고 킴 베이싱어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다.
찰리는 지역 고등학교의 요트선수로 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하고 스탠포드대 장학생이 될 정도의 ‘엄친아’. 그러나 교통사고로 아끼던 동생 샘을 잃으면서 인생이 급변한다. 함께 당한 사고로 심장이 멎었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찰리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사고의 충격과 죽은 동생의 현현(顯現)으로 찰리는 과거에 갇혀버리고, 대학입학도 보장된 미래도 꿈도 모두 포기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서 산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죽은 동생과 함께 있기 위해 동생의 묘지를 지키는 것 뿐. 그러는 동안 유일한 가족이던 어머니마저 그의 곁을 떠났다. 5년 동안 그렇게 과거에 머무르던 소년은 고등학교 동창 테스를 우연히 만나며 인생의 전환을 맞게 된다. 찰리는 테스를 사랑하지만, 곧 뜻밖의 사건과 부딪친다.
단절과 도약을 동시에 상징하는 배경으로서 바다는 얼마나 탁월한가. 항구의 포 소리가 울리면 동생을 만나러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찰리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가도 묘지를 향해 달려간다. 바다는 그에게 동경이면서 벽이기도 한데, 찰리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는 건 바로 요트다. 그것은 세상을 오래 잊었던 찰리로 하여금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이자 테스와 찰리를 연결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바다와 요트는 영화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설정일 뿐 아니라 훌륭한 눈요깃거리라는 점에서도 더할 나위 없다. 밴쿠버와 샌 주앙 아일랜드 등에서 촬영됐다.
죽음과 삶, 연애감정과 형제애, 과거와 미래 중 결국 주인공이 선택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결론을 예측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긴박감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더 어울릴 영화다. 스토리는 어렵지 않게 전개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로 인기를 모은 잭 에프론으로선 첫 성인 멜로 연기이기도 한데 기대 이상의 열연을 펼쳤다. 버 스티어스 감독 연출. 12세가.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