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느껴볼까, 크게 웃어볼까… 설 연휴 똘똘한 한국영화가 온다
입력 2011-01-14 17:28
‘심장이 뛴다’ ‘라스트 갓파더’ ‘황해’ 등 연말연시를 맞아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세가 눈에 띄게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설 대목을 노린 기대작들이 속속 관객 곁을 찾아올 예정이다. 라인업은 화려하다. 강우석 감독이 ‘이끼’ 이후 7개월 만에 만든 ‘글러브’, 이준익 감독이 ‘황산벌’ 이후 무려 8년 만에 제작한 속편 ‘평양성’, 코미디에 처음 도전했다는 김명민의 출연으로 주목받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등이다.
가장 먼저 개봉하는 건 강우석 감독과 ‘이끼’의 정재영 유선이 다시 만난 ‘글러브’다. 세 영화 중 유일하게 언론에 공개된 영화이기도 하다. 18편에 달하는 영화를 만들어 온 강 감독이지만 소위 ‘휴먼코미디’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은 전무한데, 이번이 첫 시도다. 그는 “스포츠 영화라 만만하게 봤는데 한 장면에 1500컷을 찍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중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는 강 감독이니만큼 이번 영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지사. “웃음과 눈물의 포인트가 매우 정확하다”는 게 중평이다. 영화는 청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눈물어린 1승 도전기를 그렸다. 한물 간 프로야구 선수로 등장하는 정재영은 다소 전형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를 그만의 방식으로 개성있게 소화했다.
‘글러브’ 개봉 1주일 후인 27일에는 ‘평양성’과 ‘조선명탐정…’이 동시에 개봉한다. 두 영화 입장에서는 7일 늦은 개봉이라 ‘글러브’를 비롯한 경쟁작들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평양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이번 영화에 실패하면 은퇴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 ‘황산벌’에서 백제 멸망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웃음과 비감을 섞어 코믹사극이라는 신선한 장르를 개척했던 그다. 전작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조선명탐정…’ 측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드라마에서는 시청률 제조기지만 영화에서는 재미를 본 적 없는 김명민의 전력에 대한 불안도 존재한다. 영화 예고편에서 진한 화장에 무거운 표정을 짓고 나온 한지민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러나 김석윤 감독을 비롯한 영화 관계자들은 “김명민·오달수 콤비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고 호언장담했다. ‘조선명탐정…’은 공납비리를 숨기려는 관료들과 이를 캐내려는 국왕의 대결을 그린 탐정극으로, 최근 대중문화가 탐닉하고 있는 군주 정조의 시대가 배경이다.
예년에 비해 올해 설 연휴는 길다. 짧게는 5일, 길게는 9일 정도까지 연휴 기간에 포함돼 그 어느 해보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많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삼파전의 승자가 올해 첫 ‘대박’ 영화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메가마인드’와 ‘그린 호넷’ 등 강력한 외화들이 국산 영화들을 제압해버리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