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 목포 시민 봉사단체 ‘한울클럽’
입력 2011-01-14 17:33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됐어요.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소년소녀가장 조모(18)양은 2005년 중1학년 때부터 매월 한울클럽 회원들이 전달하는 장학금과 정성어린 보살핌 덕분에 오는 2월 전남 목포 M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다.
조양은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71), 남동생(15·중2)과 33㎡의 임대아파트에 사는 열악한 환경의 학생이지만 한울클럽 회원들의 지속적 관심으로 열등의식을 갖지 않은 채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조양은 대학 졸업 뒤 취업 등을 고려해 한울클럽 회원들과의 진학 상담을 거쳐 간호학과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한울클럽 회원들의 관심은 단순한 장학금 지원 이상이었다. 회원들은 매월 한 차례 이상 조양의 집을 찾아가 손을 잡아주며 따뜻한 격려는 물론 힘든 일이 없는지 살피곤 했다. 중2 때는 이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치료를 선뜻 도와줬다.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했다.
조양은 “앞으로 사회인이 되면 나 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그것이 내가 받은 고마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의사, 법무사 등 평범한 목포시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한울클럽 회원들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남모르게 베풀고 있다.
한울클럽 회원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94년. 건축업에 종사하던 7명이 모여 봉사단체 ‘백마회’를 결성하면서부터다. 이들은 낮은 자세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소리없이 이웃을 돕자며 뜻을 모았다.
이들은 이웃돕기 기금을 마련하고자 회원들의 가정에서 검소하게 모임을 갖고 회비를 한 푼이라도 모았다. 특히 가족의 협조 없이는 남을 도울 수 없을 것으로 보고 부부가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회원들이 늘어나자 2001년 ‘한울클럽’으로 개칭했다. 지금은 회원이 늘어 30가족 60명에 달한다.
한울클럽은 현재 회원 10명이 한 조를 구성해 소년소녀가장 1명씩 모두 6명을 선정해 돌보고 있다. 소년소녀가장들이 최소한 독립할 수 있다고 여기는 고교졸업 때까지 매달 가정을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건강이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피고 있다. 그동안 한울클럽의 도움을 받아 고교를 졸업한 학생만 6명에 달하고 지난 16년 동안 지급한 장학금도 총 3억원이 넘는다. 한울클럽은 조양이 내년 2월 고교를 졸업하면 조양의 동생을 다음 후원 학생으로 선정해 계속 돌볼 계획이다.
한울클럽 박승훈(43) 회원은 “앞으로도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찾아내 밝은 길로 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도울 것”이라며 “매년 혼자 사는 노인 가정도 찾아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