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 “한국교회 십자가의 길 버렸다” 참회의 기도
입력 2011-01-14 17:41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갈등 확대와 폭력사태, 일부 목회자의 윤리적 문제와 불명예 퇴진 등으로 연초부터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추락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하나님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도자들은 14일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에서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 효율성과 결과 중심의 비즈니스화된 목회, 지나친 외형적 성장 집착, 물량주의, 개교회주의 등에 대해 반성했다.
목회자 및 성도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전병금(강남교회) 목사는 “한국교회는 양적 부흥에 몰두해 목회를 ‘경영’으로, 목회자를 ‘CEO’로 착각하기에 이르렀다”며 개탄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해 목회자의 본분에 합당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이 세상에서 완전한 교회를 찾으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교만일 수 있지만 교회가 완전해지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종교개혁자들이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고 외쳤던 것처럼 우리는 늘 하나님 말씀에 비추어 교회의 변화와 갱신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애정도 없이 한국교회의 현실을 비판만 하는 것 또한 문제”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끌어안고 조금씩 완전한 교회를 현실화시키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전 목사는 또 “지금의 한국교회에서 현실적인 파급력이 거의 없는 말잔치만이 풍성한 게 사실”이라며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형교회가 먼저 자신의 헤게모니를 내려놓는 솔선수범이 요청된다”고 했다.
올해 만 100세를 맞은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목사는 설교를 통해 “한국교회가 주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걷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며 “마태복음 15장에 기록된 가나안 여자의 ‘부스러기라도 넉넉하다’는 신앙 고백처럼 겸손과 기지, 인내를 가진 한국교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와 이윤구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는 각각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와 세계 난민들을 도와 예수 사랑을 실천하자고 역설했다.
림 목사는 성경에 등장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어 한국교회가 마치 강도를 만난 것과 같은 북한동포들에게도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림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은 민족감정도, 원수관계도, 이해타산도 초월해 오로지 사랑으로 강도 만난 사람을 살려냈다”며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순수하게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경건한 삶을 살고 불우이웃을 돌보면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것을 다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