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책임한 폭로정치 근절할 기회다
입력 2011-01-14 17:22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자신의 아들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부정입학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과 박지원 원내대표를 14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의원은 13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서울대 로스쿨에 추가 합격한 예비후보자 2명의 순번이 1·2번이 아니라 1·7번이며, 이 중 7번이 안 대표 아들’이라고 폭로했고, 박 원내대표는 “정확한 제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서울대는 즉각 안 대표 아들의 후보순위가 2번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한나라당은 고소장을 접수시키고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다.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는 일이 법정까지 가게 된 것은 최근 폭언과 폭로가 도를 넘은 정치권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은 이번 일을 이 의원 개인의 일로 보지 않고 근거 없는 폭로정치와 ‘아니면 말고’ 식 의혹제기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겠다는 기세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의혹에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12월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천정배 의원이 “이명박 정권을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역시 최고위원인 박주선 의원은 새해 초 “미국산 소 전면 개방을 위한 명분을 축적하고 논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대충대충 구제역 방역과 살처분 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당시 강 의원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했더라면 막말과 무분별한 의혹제기는 주춤했을 터이다. 한나라당이 고소를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모르나 폭로정치에 대한 정치권의 경각심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미국에서도 최근 민주-공화당 간에 독기와 증오를 품은 언설이 난무하던 중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노린 총격 사건이 일어나 어린이를 포함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 추모식에서 “거친 비방 대신 상대를 존중하는 새로운 정치예의 시대로 들어가자”고 호소했다. 우리나라 여야가 정치적 비방의 한계를 정하는 신사협정만 체결해도 정치문화는 크게 향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