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데이트-패션 소셜커머스 2Bi 최정아 대표] 마흔 넘어 패션 디자인 입문… “한국의 샤넬 되고파”

입력 2011-01-14 17:35


“한국의 샤넬을 꿈꾸기엔 너무 늦었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호호.”

전설적인 패션디자이너 샤넬. 그녀를 넘보는 최정아(42)씨는 마흔이 넘어 패션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한 늦깎이다. 패션세계에 발을 내디딘 최씨는 지난해 말 패션 전문 소셜커머스 2Bi(www.wannabi.co.kr)를 오픈했다. 소셜커머스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문이 일정량 이상 되면 20∼70% 할인해주는 온라인쇼핑몰이다. 그리고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신정맞이 사은품으로 내걸었다. 옷 한 두 벌 디자인했다고 패션 디자이너인가? 더구나 샤넬이라니! 입을 삐죽 내밀 이들이 적지 않을 터.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허풍만은 아니다.

최씨는 27세 때 헤드 헌팅 회사를 창업했다. 은퇴자들의 재취업을 돕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한국 최초로 도입한 그는 창업 4년 만에 30억원의 매출을 냈다. 서비스 분야 세계 최대 회사인 아데코그룹의 제안으로 1999년 합병해 아데코 코리아 지사장으로 5년간 근무했다. 고연봉의 외국계 회사 지사장을 그만둔 뒤 2004년 다시 헤드 헌팅 회사를 차린 그는 CEO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운영했다. 2008년에는 인맥관리 SNS 사이트 새로움닷컴인터내셔널을 창업했다. 국내 헤드 헌터 1호로 꼽히는 그는 성공한 여성의 롤 모델로 강의를 다니고, 책도 여러 권 냈다.

“몇 해 전이었어요. 프로젝트가 성공해도 즐겁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기뻤었는데….”

그는 비로소 뒤를 돌아봤다. 그때 그가 마주한 것은 바로 자신이 쓴 칼럼이었다. ‘2라운드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선 현재 직업을 유지하면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틈틈이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무릎을 쳤다. “그래 나부터 2라운드 인생을 준비해야 해!” 그는 여러 날 ‘내가 좋아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어려서 하루에 몇 시간씩 꼼짝 않은 채 종이인형에 옷을 만들어 입혔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여성 CEO는 사실 옷입기가 까다로운 편인데 오히려 즐겼고요.”

‘패션’이란 답을 찾아낸 다음날 바로 디자인 학원 야간반에 등록했다. 지난해 1월이었다. 학원에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해내는 ‘열혈학생’이었다. 스커트 패턴과 봉제를 배우면 이를 응용해 원피스를 만들었고, 블라우스를 배우면 재킷을 제작했다.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나이는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면서 “용기가 필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을 하고 싶지만 경력이 또는 자본, 실력이 없어 망설이게 마련인 전업주부들에게 그는 “할 수 있는 일부터 일단 시작하라”고 말했다.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직장인이나 은퇴자도 마찬가지란다.

“직장여성들이 편하면서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할 겁니다. 2Bi를 키워 해외진출도 할 계획입니다. 새로움닷컴이 세계적인 인재네트워크가 될 때까지 노력할 거고요.” 욕심 많은 그녀는 인생 2라운드의 성공을 위해 요즘 밤잠을 줄이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