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푹 빠진 시누올케, 한지붕 두 가족으로 알콩달콩 사는 비결은
입력 2011-01-14 17:34
올케 손유진씨 “형님과 의견 다를 땐 똑 부러지게 말하죠”
시누이 정경지씨 “올케 나무라긴 해도 뒤끝은 절대 없어요”
한지붕 두 가족으로 알콩달콩 살고 있는 정경지(44)씨와 손유진(35)씨. 이들이 살림을 합친 것은 지난해 7월. 정씨는 “우리 일이 밤샘 작업이 많아 같이 사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아 그랬다”고 했다. 두 사람이 하는 일은 요리에 관한 모든 것이다. ‘더디쉬(경기 성남 정자동)’라는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레시피도 개발하고, 쿠킹 클래스도 열고, 요리 촬영을 위한 세팅도 해주고, 칼럼도 쓰고, 또 촬영 원고 편집까지 해서 요리책을 출판하고 있다.
여기까지의 그림을 보면 “일에 폭 빠진 두 솔로가 마침내 한집에서 살기로 했다”로 끝날 이야기다. 그러나 ‘큰디쉬’ 정씨는 결혼 16년차, ‘작은 디쉬’ 손씨는 결혼 7년차다. 정씨는 “남편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손씨는 “아주버님이 처남, 그러니까 제 신랑을 너무 좋아하시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럼 두 사람은 시누올케 사이? “하하” “호호”.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는 두 사람. 남동생을 무척 아꼈던 정씨는 “동생이 데리고 오는 여자라면 무조건 좋아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유진이는 마음까지 척척 맞아 동생보다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씨도 “처음부터 ‘언니’라고 부르라셨다”면서 “남편에게 말하지 못할 것도 언니에게는 털어놓을 만큼 친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들이 살림을 합칠 때 반대한 것은 정씨의 어머니이자 손씨의 시어머니. 사이좋은 두 사람 사이가 혹시 틀어질까봐 걱정했다는데, 살림을 합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두 사람 모두 “더할 수 없이 좋다”는 결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데…. 시누올케 사이가 이처럼 좋은 비결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상대의 성향과 취향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살림을 합친 뒤 손위 시누이지만 아침잠이 적은 정씨가 아침밥을 도맡아하는 편. 정씨는 “친정어른들께도 ‘유진이는 아침잠이 많으니 깨우지 말고 아침에는 두 분만 식사하시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저녁준비는 손씨의 몫. 식사가 끝난 뒤 갖는 개인 시간은 각자 취향대로 보낸다. 정씨는 TV를 보거나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우면서, 손씨는 만화를 보면서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푼다.
그것만으로 ‘앙숙 관계’의 고전인 시누올케가 친자매처럼 될 수 있을까? 또 다른 비결을 꼽는다면 손씨는 “솔직함일 것 같다”고 했고, 정씨는 “뒤끝이 없어야 된다”고 했다. 손씨는 “의견이 다를 때, 특히 일에 관한 한 똑 부러지게 말한다”면서 “마음에 품은 채 끙끙 앓다보면 좋은 사이도 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지적하고 나무라지만 그것으로 끝”이라고 했다.
최근 이들 사이는 더욱 각별해졌다. 두 사람 모두 아이가 없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불임이다. 같은 아픔을 겪으면서 서로를 보듬은 덕분에 친자매보다 더 가까워진 것. 30대 중반인 손씨는 아직 포기하기 이른 나이지만 정씨의 도움으로 마음 정리를 했단다. 정씨는 “오랫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서 가진 노력을 다했고, 그래서 더 힘들었다”면서 “유진이는 그러지 말았으면 했다”고.
지난해 2월부터 이들과 같이 일하고 있는 김정수(32)씨는 “옆에서 보면 너무 부럽다”면서 “저도 동생이 있는데, 올케가 생기면 두 분처럼 지내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정씨 아주버님의 딸로 손씨에게는 사돈이다.
정씨는 “요리잡지를 내는 것과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한식을 세계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손씨는 “외국인들은 빨갛고 매운 것이 한식인 줄 알고 있다”면서 “우리 음식을 세계화한다면서 자꾸 원형을 훼손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같은 꿈을 키우고 있는 이들은 “식구라서 믿고 일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성남=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