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前 청장 영장 기각 배경과 전망…“대가성 여부 입증 못해” 검찰 허탈
입력 2011-01-14 00:23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브로커 유모(65·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청구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초반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검찰은 당초 강 전 청장이 인사 청탁 등 대가로 유씨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강 청장 이후로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를 청구한 뒤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에 이어 정·관계 인사들을 잇따라 소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강 청장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런 시나리오가 모두 깨질 위기에 처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표면적으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혐의 사실에 대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밝혔다. 검찰이 강 전 청장을 구속해야 할 정도로 혐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역으로 강 전 청장의 반박도 일리가 있다고 봤을 수 있다. 강 전 청장은 검찰이 주장한 1억1000만원 수수 및 대가성 여부에 대해 부인했다. 일부 금품수수가 있었지만 대가성은 없었고, 액수도 1억1000만원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유씨에게 도피 자금으로 4000만원을 줬다는 혐의에 대해선 “과거에 빌린 자금을 돌려준 것”이라고 했다. 인사 청탁 여부에 대해선 “결코 인사 청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고 했다.
따라서 검찰은 당장 함바집 운영권 알선 청탁과 함께 3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전 해경청장에 대해 청구하려던 구속영장을 놓고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12일 검찰에 소환돼 10시간 가까이 조사 받았던 이 전 청장 역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해 강 전 청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처럼 이 전 청장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 양성철 광주지방경찰청장,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등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소환 자체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다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강 전 청장을 구속시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 취지로 볼 때 재청구해도 발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경찰 안팎에서 전·현직 고위 간부 수사를 놓고 “경찰 손보기가 아니냐”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우려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전웅빈 강창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