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브릿지 “앗! 실수”… 250억 휴지로
입력 2011-01-14 00:25
지난해 11월 11일 ‘옵션 매도 쇼크’가 발생한 뒤, 두 달여 만에 ‘선물 매도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옵션 쇼크 이후 파생상품 투자 개선방안 발표를 두 달 동안 미루면서 선제적인 대응이 늦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이날 오전 9시부터 5분 동안 5만 계약의 선물 매도 물량을 1000계약씩 50차례에 걸쳐 쏟아냈다. 이로 인해 276.50으로 출발한 코스피200지수 선물가격은 장 초반 275.20까지 떨어졌다가 결국 275.35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는 이 증권사의 매도물량 중 계약이 체결된 것은 3만 계약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래대금만 3조5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골든브릿지증권은 “주문 실수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200억∼25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대 4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골든브릿지증권의 주문거래 행위는 한국거래소의 파생업무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거래소는 코스피200 선물 거래에 대해 기관 투자가의 경우 하루 순매수 또는 순매도 포지션을 7500계약으로 제한한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총괄팀 김병수 대리는 “규정 준수 의무는 회원사에게 책임이 있고, 이에 상응하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당국의 대응이 늦어진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11일 옵션만기 쇼크 이후 두 달이나 걸려서야 지난 11일 개선책을 내놨다. 방안에 따르면 코스피200 선물의 투기성 거래에 대해서도 하루 최대 출회 물량을 1만 계약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이 대책을 이달 중 관련 규정을 고쳐 추진할 계획이었다. 좀 더 일찍 발표했다면 13일 같은 사태는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한 증권사의 파생상품 애널리스트는 “중소형 증권사는 대량 주문을 낼 경우 자체적으로 걸러주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면서 “선제 대응이 늦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