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금융사 ‘최대주주’ 길 열렸다
입력 2011-01-13 18:44
공적 연·기금이 금융당국 승인 없이 은행 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주식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우리금융지수 민영화뿐만 아니라 KB금융 자사주 매각 등에서 대주주로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62개 공적 연·기금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제조업 등 산업자본(비금융회사)의 주식을 다량 취득하더라도 은행법이 정한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현행 은행법에는 금융회사가 PEF를 포함한 자회사를 통해 여러 곳의 비금융회사 주식을 30%씩 이상 보유하고, 그 주식의 총합이 2조원을 넘으면 이 회사를 비금융회사, 즉 산업자본으로 간주하도록 돼 있다. 이때 해당 금융회사가 은행 지분을 취득하면 9%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4% 이상만 취득해도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국가재정법상 공적 연·기금의 경우 PEF를 통해 산업자본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의결권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로만 참여할 수 있어 비록 30%, 2조원 규정을 초과하더라도 은행법상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300조원에 달하는 투자재원을 가진 국민연금은 물론 사학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은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최대 10%까지 은행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금융 민영화나 KB금융 자사주 매각 등에 연·기금의 다량 지분 참여가 가능해졌다. 특히 국민연금이 시중은행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은행 구조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금융지주사의 주식을 1대 주주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5∼8% 정도만 보유해 왔다. 실제 하나금융지주 지분 8.17%, 신한금융지주 6.08%, 외환은행 5.3%, KB금융 4.5%가량을 가지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9월까지 자사주의 일부를 블록세일로 넘길 예정인데, 여기에서도 연·기금의 투자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