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자사매각’ 곤욕… 바람 잘날없는 외환銀

입력 2011-01-13 21:57


현대건설 매각 파동을 겪었던 외환은행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인수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의 ‘일정’이 길어지면서다. 2월 중에는 마칠 것으로 알려졌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일러야 3월 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추가 인수 자금을 둘러싼 외환은행 노조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길어진 승인심사, 당황한 하나금융=금융당국 관계자는 13일 “다음 달까지 심사를 마쳐 주기를 바라는 하나금융 입장과 달리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일러야 3월 말이나 4월 초에 심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전체 인수가격의 25% 수준인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할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를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설사 예정대로 2월 중에 투자자를 확정해 금융당국에 제출한다 해도 즉시 심사를 끝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여기에 외환은행 노조가 자금조달 계획과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금융당국도 이를 점검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거래법상 독과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도 남아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론스타와 인수계약을 맺으며 오는 3월 말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1개월 단위로 주당 100원의 매입대금을 추가로 지급키로 했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주식이 3억2904만672주인 상황에서 대금 납부를 4월에 하면 329억여원, 5월에 하면 658억여원의 추가 자금을 지급해야 한다.

◇인수자금 두고 하나금융·외환노조 공방전=하나금융은 4조6888억원의 인수자금 중 50%는 내부자금, 25%는 채권, 25%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마련키로 했다. 이 중 하나은행 배당금 1조9000억원과 세 차례 채권 발행으로 9800억원을 확보해 모두 2조8000억여원을 확보한 상황이다. 문제는 약 1조2000억원을 모집키로 한 유상증자 부분이다.

외환은행 노조 김보헌 부장은 “하나금융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를 내보낸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대부분 사모펀드”라며 “현대건설은 양해각서(MOU) 단계에서 자금출처가 안 밝혀져 딜이 깨졌는데, 하나금융은 계약까지 다 맺었음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경영권을 휘두르며 금융산업에 위기를 가져왔던 론스타와 고작 10% 안팎의 지분만 인수하는 사모펀드를 동급으로 놓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금주 안에 채권 발행을 끝내 75%의 자금을 확보하고, 이달 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FI들도 확정해 금융당국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최근 하나금융지주를 ‘매매대금 허위 공시’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원의 블로그 글과 관련해 하루에 1억원씩을 배상토록 하는 간접강제이행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