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적정 수준인지 검토해야”… MB “주유소 행태 묘하다” 사실상 인하 요구 논란
입력 2011-01-13 21:47
“주유소의 행태가 묘하다.”(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이 답답하다.”(정유업계)
이 대통령이 13일 높은 기름값에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상 기름값을 내리라는 요구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유업계는 불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금을 내려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서민물가 안정 종합대책을 주제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기름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 갈 때 (휘발유 소매가가 ℓ당) 2000원이었는데, 현재 국제 유가가 80달러인데도 기름값이 1800∼1900원 한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에 물었다. 이 대통령은 “여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름값의 경우 유가와 환율 간 변동관계를 면밀히 살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사실상 유가 인하 방법을 찾으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회의에서는 정유사들의 원가 계산법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석유류 가격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면밀히 봤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국제 유가가 국내 기름값에 미치는 영향 외에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반박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2008년 3월부터 10월까지 유류세는 ℓ당 737.26원이었다. 하지만 2009년 1월 819.83원으로 올랐고 현재는 820.48원이다. 2008년보다 83.22원 세금이 많다는 것이다. 관세도 2008년에는 1%였는데 2009년 이후 3%로 올랐다. 때문에 ℓ당 11원 정도 가격이 상승했다. 결국 유류세와 관세 인상으로 기름값이 ℓ당 94.22원 올랐다는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또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가장 비쌌던 2008년 7월 환율은 1010원대였지만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환율은 1120∼115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원유를 사오는 가격 자체가 비싸졌다”며 “유류세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정유사가 부당하게 얻는 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수익은 대부분 수출에서 얻는다. 국내 주유소에 공급해봐야 수익이 ℓ당 10원 안팎”이라며 “대통령이 고민하라니까 고민해 보겠지만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내 기름값의 절반은 세금인데 여기에 대한 대안은 없고 늘 정유사만 비판한다”고 푸념했다. 현재 보통 휘발유 가격 중 유류세가 50%,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가 44%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름값을 내리려면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경유제품 국제거래 가격은 배럴당 110.20달러까지 올랐다.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등유와 휘발유도 배럴당 각각 110.70달러, 105.26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남도영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