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의 전쟁] 기준금리 12년만의 ‘1월 인상’… 그만큼 급했다

입력 2011-01-13 18:37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들자마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대해 시장은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고성장도 고집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쉽게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한은이 칼을 빼든 것은 현 물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함을 보여준다. 한은도 물가와의 전쟁에 동참한 만큼 상반기 내에 2차례 이상의 금리인상도 예상된다. 다만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실 우려는 금통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물가 압력에 전격 인상…뒷북 지적도=한은이 1월에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1999년 5월 정책금리를 공개한 이후 처음이다. 현금수요가 높은 설 명절을 앞두고 금통위가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었다. 이번 인상은 그만큼 관행을 지킬 여유가 없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소비자 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5.3% 급등했다. 지난달 3.5%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 추세대로라면 4% 가까이 뛰어 목표물가를 이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속되는 한파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파동으로 장바구니 물가는 휘청이고 있다. 12일 거래된 두바이유는 2년3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하며 배럴당 100달러에 바짝 다가갔다.

수요측면에 의한 인플레 불안감도 고려됐다. 한은 김중수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수요 부문의 인플레 비중이 절반쯤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은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서서히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을 주시했다. 지난해 전세가격 상승률이 7년 만에 최대로 오르고 매매가격도 지방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뜀박질하고 나서야 한은이 나선 데 대한 비판도 있다. 홍익대 전상인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은 6개월 후쯤에 효과를 본다는 점에서 한은이 금리인상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물가 고삐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조기집행하기로 한 것은 정책의 엇박자라는 지적도 있다.

◇금리인상 어디까지 갈까…가계부채 악화 우려=금통위가 인플레 기대심리를 잡겠다고 공언한 만큼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곡물가와 원자재가격 흐름을 보면 물가상승세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1분기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4% 가까이 나올 것으로 보여 3월이나 4월에 추가 인상하는 등 급격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부실 문제와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 경제상황으로 인해 짧은 시간 동안 추가 인상하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말 현재 가계 부채는 770조원에 달했다.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국내 가계 이자 부담이 약 7조7000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가계부실은 소비 부진과 경기 악화로 이어져 경제에 부담을 안긴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은 “유로존 위기가 하반기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 상반기에 2차례 정도 인상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