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전체 5% 살처분… 이번엔 ‘우유 대란’ 조짐

입력 2011-01-13 21:20


구제역이 길어지면서 유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젖소가 원유(原乳)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자라기까지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우유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살처분된 젖소는 13일 오전 8시 기준 2만2507마리로 늘었다. 이는 전체 젖소의 5%가량에 해당하는 것이다.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집유(集乳)가 어려운 점도 우유 공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의 3㎞ 이내는 출입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업계는 개학철인 3월 이후부터 우유 수급에 본격적으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우유 생산량은 업체별로 평소보다 5∼20% 줄었지만 비수기인 데다 방학까지 겹쳐 당장 수급 불균형에 이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3월부터 우유 부족 현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업계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우유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흰우유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고, 딸기맛우유 등 가공우유 공급은 줄인다는 것이다. 발효유, 치즈 등에 들어가는 원유를 분유로 바꾸고, 상황이 악화되면 분유 원재료를 수입산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학교와 군에 들어가는 우유 80% 이상을 공급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시판을 줄여서라도 학교와 군납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수익성과 무관하게 학교와 군에 공급되는 우유는 부족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대신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회복지시설 등에 제공되던 우유는 발효유나 주스, 두유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업계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자구책도 펼치고 있다. 서울우유는 소속 2000여개 낙농가에 방역용품을 지원하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도 생산공장 살균 강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제역이 우유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까 걱정”이라며 “우유를 고온 살균하는 과정에서 구제역균도 전멸돼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우유 가격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유 가격은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유 가격 결정은 농림수산식품부와 낙농육우협회, 한국유가공협회가 협의해 원유 가격을 정하면 이에 따라 달라지도록 돼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문제는 우유 수급 차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젖소가 우유를 생산하려면 최소 두 살이 넘어야 하고, 어린 젖소의 우유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살처분되는 젖소가 늘어나는 만큼 원유 부족에 시달리는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낙농업 관계자들은 구제역 이전의 공급 상황으로 되돌아가려면 4∼8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구제역 꼬리표에 수출 길까지 막혀 유업체들이 경영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