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군수뇌부 “北 ICBM 본토 위협” 잇단 표명

입력 2011-01-13 21:28


美, 한국 동참하는 ‘동북아 MD’ 구축 필요성 강조

미국 군 지휘부가 연이어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그 발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북한의 본토 위협’ 거듭 우려=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 이어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도 12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역량이 “미국까지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군 최고 수뇌부의 이런 언급은 미국이 북한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남북관계 개선을 권장하고, 북한 이슈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미·중 정상회담(19일)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

멀린 의장은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ICBM 개발 역량과 핵 실험을 결합해서 본다면 (동북아)지역은 물론 미국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11일) 게이츠 장관도 중국 방문 중 북한이 향후 5년 안에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ICBM을 개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의 ICBM 개발 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향상되면서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해 미국의 큰 안보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이번에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정보기관의 판단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급은 최근 군과 정보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이전보다 더 높게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초 미 국방부가 펴낸 탄도미사일 방어계획 검토보고서(BMDR)는 ‘북한이 10년 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1년 국가정보위원회(NIC)가 펴낸 국가정보평가(NIE)에선 “북한과 이란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 기술을 2015년이면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판단이 “5년 이내 ICBM 개발”(게이츠 장관 발언)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미, 복합적인 포석=미국 군 수뇌부의 발언은 북한 미사일 능력 재평가와 함께 현재 강력히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미 국방부의 탄도미사일 방어계획 보고서도 북한 미사일 능력을 우려하며, 동북아 지역 MD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물론 한국 정부의 참여도 요청했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군 지휘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북한을 점점 더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변화”라면서 “중국에 ‘북한은 미국에 심각한 문제’라고 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헤리티지 연구소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북한 위협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들의 준비 태세가 부족했으며, 이제 전략을 바꿔 충분한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도 예상했다.

이와 함께 멀린 합참의장은 “승계과정인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시기”라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언급으로,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