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레임덕인가… 스텔스기 ‘젠-20’ 시험비행 미리 몰랐을 것 관측
입력 2011-01-13 18:48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젠(殲)-20’ 시험비행에 대해 사전에 몰랐을 수 있다는 논란에 기초해 레임덕(권력누수)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후 주석의 임기 종료가 2012년 말로 다가오면서 ‘대미견제’와 ‘군비강화’를 외치는 군부의 강경 목소리가 제대로 제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의 대외정책이 강경해진 것도 군부의 영향력 강화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13일 “지난해 중국의 강경 외교는 사실상 낙제점이었다는 평가가 중국 내부에서도 제기된다”면서 “군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난해 3월 대만, 티베트, 신장위구르 지역과 함께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지역’으로 선언한 것은 군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일본과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토분쟁 당시에도 군부가 초강경 대응을 주도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감싸고 돈 것도 군부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 군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권 교체기에 군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방 예산 증액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군부의 영향력 확대는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는 지적이 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국 내에서까지 제기된다. 당장 지난 11일 ‘젠-20’ 시험비행은 미국은 물론 주변국에 되레 경계심을 갖게 했다. 특히 대미관계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 후 주석의 방미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이뤄져 오히려 후 주석의 발언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중 기간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스텔스 전투기 시험비행에 대해 네 번째 정권교체를 앞두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외교정책에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사례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해석했다. WP는 “게이츠 장관의 방중과 미·중 군사교류 강화에 대한 중국 군부의 반대를 드러내는 신호”라며 후 주석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군사시위’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