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청소년 드라마 ‘같은 열정-반대 느낌’ 왜?
입력 2011-01-13 21:15
10대의 일상과 사랑, 자유분방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청소년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KBS 2TV에서 ‘드림 하이’(월·화 오후 9시55분)가, 케이블채널 MBC 에브리원에서는 ‘레알스쿨’(평일 오후 4시30분)이 전파를 타고 있다. 지난 7일부터는 미국 청소년 드라마 ‘빅토리어스’(금 오후 9시)가 니켈로디언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니켈로디언에서는 아이돌 밴드의 성장기를 그린 ‘빅 타임 러시’(월·금 오후 9시30분)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영어 울렁증’을 겪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파주 영어마을에 기숙하며 벌어지는 코믹 학원물인 ‘레알 스쿨’을 제외하면, 나머지 드라마는 가수가 되기 위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드림하이’는 기린예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최고의 가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빅토리어스’는 평범한 15세 소녀 토리가 우연한 계기에 춤과 노래에 대한 재능을 발견해서 최고의 예술고교에 입학해 가수가 되는 내용이다. ‘빅타임 러시’도 미네소타 출신의 소년 4명이 LA의 ‘팜우즈’라는 마을에 와서 팝스타가 되는 이야기다.
청소년들이 스타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지만 드라마마다 강조하는 주제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크게 차이가 난다. 국내 드라마 ‘드림하이’는 등장인물과 부모님의 갈등, 악덕 교사와의 대립 등 심각한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무거운 느낌을 준다. 드라마에 한국의 입시현실이나 부모와 소통의 단절 등 한국 특유의 상황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종영된 KBS 2TV ‘정글피쉬2’는 10대들의 현실을 정글 속 작은 웅덩이에 떨어진 ‘정글피쉬’에 비유했다. 학업 성적 비관으로 인해 자살하고, 따돌림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을 그리면서 암울한 국내의 교육현실을 폭로했다. ‘레알스쿨’은 코믹한 터치로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영어 공부를 강요받는 교육 현실을 드러낸다. 학생들이 ‘리얼(Real)’을 ‘레알’이라고 읽어 바보 취급당하는 설정이나 영어를 잘하려고 기숙학원인 ‘레알스쿨’이란 꽉 막힌 공간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 등 마냥 웃고 넘기기에는 씁쓸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반면 미국 청소년 드라마는 갈등을 웃음의 소재로 삼고, 청소년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빅토리어스’에서 주인공 토리는 친구들이 자신을 평범하다고 무시해 화가 나 교실에 뛰쳐나오다가도 지나가는 사람의 엉덩이에 머리가 부딪힐 뻔하면서 심각한 장면은 코믹한 장면으로 전환된다. ‘빅타임 러시’도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분위기다. 친구들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며 외부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와도 밴드를 지키는 ‘꽃미남 4인방’의 우정을 경쾌하게 그린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