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돌 섞인 북한 쌀

입력 2011-01-13 17:47

쌀은 한반도에서 신석기시대 때 생산되기 시작해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의 주식(主食)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생산량이 적어 서민들은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에 와서야 자급자족을 이룰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쌀 부족에 따른 불미스런 사건이 적지 않았다.

조선시대 환정(還政)은 춘궁기에 농민들에게 쌀을 빌려주었다가 추수 때 돌려받는 좋은 제도였다. 하지만 18∼19세기에는 탐관오리들이 날뛰는 바람에 이 제도가 문란해졌다. 빌려줄 때는 쌀에다 돌이나 모래, 겨 등을 섞어 양을 부풀리고, 환수할 때는 깨끗한 쌀로 받는 부정이 횡행했다. 이런 행태가 싫어 농민들이 환정 참여를 거부하면 강제로 떠맡기기 일쑤였다. 이는 홍경래의 난 등 크고 작은 민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1881년에는 군제개혁으로 별기군이란 신식군대가 생겼다. 졸지에 구식군대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으며, 급료조차 나오지 않았다. 13개월 만에 1개월분 급료가 쌀로 지급되었는데 그나마 돌과 겨가 잔뜩 섞여있었다. 격분한 군인들은 빈민들과 합세해 난을 일으켰다. 돌 섞인 쌀을 지급한 선혜청 당상 민겸호 등을 살해한 임오군란이 그것이다.

요즘 북한산 쌀에 돌과 모래가 너무 많아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양강도 혜산시 소식통을 인용, “국산(북한산) 쌀은 아무리 좋아도 돌이 많고 겨가 벗겨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인기가 없다”며 “협동농장에서 (생산량을 부풀리려고) 일부러 돌을 넣는다는 소문이 번지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함경북도 회령시 소식통은 “최근 몇 년간 농장마다 의무납부토록 돼 있는 군량미의 양을 부풀리려고 쌀에 모래를 섞어 넣는 현상이 심하다”고 전했다.

빈곤과 부정부패가 극심했던 조선 후기를 연상케 한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쌀이 턱없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북한에선 연간 150만t 정도의 쌀이 생산된다. 매년 100만t 정도 부족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남한으로부터 30만∼50만t씩 지원을 받아 그나마 허기를 면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지원이 끊기는 바람에 주민들이 굶주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반대로 남한의 경우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다. 정부는 적정 재고량 72만t의 2배에 가까운 140만t을 쌓아놓고 있다. 북한 위정자들이 핵개발과 대남도발을 포기하면 주민들에게 돌 섞인 쌀은 먹이지 않아도 될 텐데….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