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패한 경찰, 뼈를 깎는 자세로 거듭나라

입력 2011-01-13 23:03

위아래 할 것 없이 부패한 경찰상이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다. 전직 경찰청장에서부터 일선 경찰관에 이르기까지의 비리와 나태한 근무태도를 보면 이들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범죄 예방·소탕 업무를 맡는 조직인지 의심스럽다.

최근 불거진 경찰 비리의 핵심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함바집 운영업자 유모씨로부터 승진 인사 청탁과 함께 1억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그는 문제가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유씨에게 4000만원을 주고 외국 도피를 권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 전 청장의 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씨와 접촉한 전국 총경급 이상 간부 41명 대부분이 강 전 청장의 지시로 유씨를 만났거나 통화했다는 것이다. 거액을 챙긴 강 전 청장이 경찰 조직과 유씨 사이에서 브로커를 한 셈이다. 이런 인사가 경찰청장이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사법 처리될 전·현직 경찰관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선 경찰관의 비리도 심각하다. 채무가 있는 사채업자로부터 빚을 탕감해 준다는 말을 듣고 경쟁 사채업자를 불법 체포·감금한 저질 경찰관, 마약을 팔거나 돈을 받고 마약사범을 풀어준 마약 단속 형사까지 적발됐다. 신성한 국방의무를 이행하던 의경이 선임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급성혈액암(백혈병)으로 숨지기도 했다. 경찰은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거듭나야 한다.

가해자를 풀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성폭행에 저항하다 죽은 어린 여대생의 사연과 현실’이란 글에서 피해자 어머니는 딸이 백모씨와 군인 김모씨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 폭행을 당해 숨졌는데, 전직 경찰인 백씨 외삼촌이 수사에 관여하면서 백씨가 참고인으로 조사받고 풀려났다고 말했다. 이 글은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재조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은 망자와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고,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