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값 올린다고 대형병원 안 몰릴까
입력 2011-01-13 18:51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두 배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률적으로 30%인 약값 본인부담률을 상급종합병원 60%, 종합병원 50%, 병원 40%, 의원 30%로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지나치게 대형병원을 선호함으로써 빚어지는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즉 대형병원 이용 시 약값 부담을 높여 가벼운 질환은 동네병원을 찾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는 그러나 현실을 도외시한 전형적 탁상행정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환자들이 왜 대형병원을 찾는지,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물론 감기 등 가벼운 질환의 경우 신규 환자 진입 문턱을 높이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암 등 중증 질환이나 희귀난치병 질환 등 오랜 기간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은 지금도 약값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이를 두 배로 올리면 경제적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건강이다. 병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집을 팔아서라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찾게 된다. 약값을 올린다고 동네병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설령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는 경제적 형편이 괜찮으면 대형병원을 다니고, 돈이 없으면 동네의원이나 가라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결국 이번 방안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하기보다 환자 약값을 올려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굳이 시행하려면 감기와 두드러기 등 명확한 경증 질환에 국한하고, 동네병원 이용 시 환자 부담은 더 낮춰야 한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줄이려면 차라리 매번 처방전만 받아가는 만성질환자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거주지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받도록 하는 등 협력병원 체제를 구축하는 편이 낫겠다. 아울러 가정의학과를 통하면 1차, 2차 진료를 건너뛰는 현 제도가 쏠림현상을 가중시키고 있지 않은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