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부적절한 처신' 논란

입력 2011-01-13 11:28


분당중앙교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종천 담임목사와 성도의 부적절한 관계, 거기다 재정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교인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예장합동 소속의 분당중앙교회는 올해 설립 20년으로 장년만 6000명에 이른다.

오마이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 목사는 지난해 10월 부목사와 교인들 10여명과 함께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여행 기간 최 목사와 모 여집사와의 지나친 스킨십이 교인들 눈에 목격됐다. 소문은 삽시간에 전교인에게 퍼졌다. 그러자 최 목사에 대한 불만과 의혹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수년 전 당회 허락 없이 최 목사가 100억대의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일, 과다한 사례비와 자녀유학비까지 불거진 것이다.

급기야 최 목사는 지난달 12일 열린 제직회에서 “교인들에게 상처 준 것을 사죄한다”며 1년간의 안식년을 갖겠다고 선언했다. 최 목사의 사죄에 대해 교인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했지만 최 목사는 “교회가 분열될 수 있다”며 거절했다. 교인들의 반발과 항의가 그치지 않자 결국 최 목사는 19일 부목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께

그동안 제 부덕의 소치로 교회와 성도님들께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함에 무릎을 꿇어 사죄합니다. 저는 지난 20년간 분당중앙교회 담임목사로서 이 교회를 사역해 오며 하나님과 성도들께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성도님들의 넘치는 사랑과 간절한 기도, 그리고 땀과 눈물의 수고로 교회가 성장해 오는 가운데 저도 모르게 큰 자만에 빠졌음을 고백합니다. 그 자만과 오만함에 교회와 성도님들을 낮은 자세로 섬기지 못하고, 목회와 교회 운영을 권위적으로 이끌어 오며 크고 작은 죄와 실수를 범하였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저는 지난 12월 12일 제직회를 통해 사죄라는 마음을 전하려고 하였으나 부덕의 소치로 인해 더욱 성도님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이 자리를 빌어 그날 제직회에서 밤늦도록 자리를 지켜주시고 가슴 아파하시며 저의 부덕함을 지적해 주신 교회 성도님들의 질책을 달게 받고, 그 모든 죄의 잘못에 대해 무릎 꿇고 백배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10월, 3주간의 미국 휴양 기간을 통해 일부 성도들과 미국 횡단 여행을 가며 적절치 못한 행동과 판단을 함으로써 동행한 성도님들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주었고, 본 교회에서의 주일 성수를 범하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 일부 성도들과 산행을 하며 특별한 친분 관계를 보임으로써 교회 공동체에 어려움을 초래하였고, 목요 산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많은 성도들의 권면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지속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2007년 교회의 제반 기금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는 그 의도와 결과가 어찌됐든 교회 재정 운영 방법으로는 매우 적절치 못함을 자인합니다. 또 목회비와 특히 자녀 유학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는 등 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도님들께 고귀한 땀과 눈물로 소출하여 하나님께 정성으로 바친 헌금을 과용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잘못은 성도님들의 사랑의 권면을 귀담아듣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이런저런 우를 범할 때마다 사랑의 마음으로 품어 주시고 권면 주시는 동안에도 저는 그것을 듣지 아니하고 제 스스로 제 의로움만 주장하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시간과 기회를 주셨음에도 어리석고 헛된 자존심과 착각으로 인해 철저히 회개하지 못하고, 저를 부인하지 못하고, 저를 버리지 못하고,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 저의 부덕함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신 성도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비록 때늦은 후회이고 염치없는 일이지만 하나님과 성도님들께서 용서해 주실 기회마저 잃어버린 저의 어리석음을 통회합니다. 이제야 하나님께도 성도님들께도 자비와 은혜를 구할 면목조차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바라옵기는 이제라도 저에 대한 노여움을 푸시고 저를 긍휼히 여겨 주시고 저의 부족한 허물을 용서해 주시기를 무릎 꿇어 간구합니다.

이제 저에 대한 모든 제반 문제들을 당회와 성도 여러분들의 결정에 맡기고 하나님의 미천한 백성 최종천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간의 잘못을 성찰하고 회개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분당중앙교회를 사역하며 알게 모르게 지은 저의 죄와 허물을 하나님 앞에서 통회하고 하나님의 용서를 간구하고자 합니다. 분당중앙교회 개척 이후 푯대만 보고 달려오느라 미처 추스르지 못한 저의 삶을 추스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성도님들의 담임목사 수행에 대한 결정에 따르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바라옵기는 저의 불찰과 허물로 비롯된 교회의 모든 문제로 인해 교회 안에 작은 분란이라도 생긴다거나 성도님들의 마음이 갈리는 일이 없기를 소원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자로서 이와 같은 걱정을 하는 것조차 자격이 없고 죄송한 마음이지만 이제까지 어려운 가운데 충성스럽게 교회를 섬긴 것처럼 서로 한마음으로 화합하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아름다운 교회가 이뤄져 나가기를 기도합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 애통해 하며 기도해 주신 성도님들께 다시 한번 무릎 꿇고 사죄합니다. 부족한 저의 허물을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교회 계척 이후 20년이 흘러가는 지금 저는 실패한 목사입니다. 그러나 통회함 속에서 하나님의 새로운 은혜를 입고 그 실패를 딛고 다시 회복하여 일어섬으로 고통과 실패를 겪는 성도님까지 도울 수 있는 목사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이제는 이끌어 가는 리더가 아니라 섬기는 종으로써 영광이 아니라 십자가를 바라보는 주의 종으로써 거듭나기를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0년 12월 15일 부끄러운 종 최종천 목사 올림”


제직회는 이같은 담임목사의 사과문을 받아들여 교회 자체적으로 재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교회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최 목사가 발전위원회의 감사를 거부했다. 안식년을 갖겠다고 선언했던 최 목사는 지난달 31일과 이번달 3일 차례로 열린 임시당회에 참석해 “발전위원회의 감사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노회가 임명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자”고 주장했다. 임시당회는 최 목사의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부 발전위원회 위원들은 “노회는 재정감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안식년에 들어간 최 목사가 당회에 참석해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최 목사측은 여집사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함께 산행을 하며 다른 교인들보다 친해졌을 뿐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분당중앙교회 교인이라고 밝힌 김모씨가 12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게재하면서 한국일보 등 중앙일간지로 확산돼갔다. 김씨는 “나는 교회와 목사의 비리에 눈감고 입 다물어 교회가 타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방관하는 비겁한 성도가 되기보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아픔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며 “목사의 잘못된 행동이 알려지게 된 두 달 전부터 오늘까지 매일 밤을 새워 가슴을 치고 눈물로 기도하는 수많은 성도들의 찢어지는 신음과 기도소리가 들려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 소식은 현재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죄를 지었어도 쿨하게 인정하고 확실하게 회개하면 박수를 받을텐데 왜 그런 목사들이 없는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분당중앙교회뿐만 아니라 삼일교회 제자교회 소망교회 등 최근 잇따라 터진 목회자의 성추행, 재정문제, 폭력문제 등을 언급하며 “제자교회 삼일교회 왕십리교회 소망교회 분당중앙교회, 도대체 이 끝은 어디인가?”라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