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길 걸으며 백두대간 기상 느낀다… 은대봉∼두문동재∼금대봉 눈꽃 트레킹
입력 2011-01-12 18:40
금대봉(金臺峰)과 은대봉(銀臺峰)은 이름처럼 아름다운 백두대간 산봉우리다. 설악산처럼 악산도 아니고 지리산처럼 심산도 아니다. 그저 동네 뒷산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30분쯤 오르면 설악산이나 지리산 정상에서나 만나는 백두대간의 웅혼한 기상을 맛볼 수 있다. 산행 출발점인 두문동재와 표고 차가 채 200m도 안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은대봉∼두문동재∼금대봉 구간은 겨우내 쌓인 눈이 녹는 5월부터 서리가 내리는 9월까지 온갖 야생화들이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 한겨울에는 야생화처럼 탐스런 눈꽃과 상고대가 피어 최근 눈꽃 트레킹 코스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트레킹 출발점은 정선군과 태백시의 경계인 두문동재(1268m). 싸리재로도 불리는 두문동재는 금대봉을 관통하는 두문동재 터널이 완공되기 전까지 38번 국도가 달리던 백두대간 고개. 인근의 만항재(1330m)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자동차 도로이다.
두문동재터널 입구에서 두문동재까지는 약 3㎞. 급경사의 S코스를 네댓 구비 돌아 올라야 한다. 겨울에는 체인을 감은 사륜구동차로 오를 수 있지만 적설량이 많을 때는 터널 입구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1시간 정도 걸어 오르는 게 안전하다.
눈꽃과 상고대로 뒤덮인 두문동재는 천상의 설원. 남쪽으로는 은대봉(1442m), 중함백(1505m), 함백산(1573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펼쳐지고, 동쪽으로는 매봉산(1303m)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바람개비처럼 보인다. 은대봉과 금대봉이란 예쁜 이름은 은대봉 기슭에 위치한 정암사를 세울 때 조성된 금탑과 은탑에서 유래됐다.
두문동재에서 은대봉까지는 1.1㎞로 눈꽃을 활짝 피운 나목 터널이 출발점. 터널을 빠져나오면 제주도의 오름을 닮은 은대봉의 설경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비록 산행 코스가 짧지만 능선에 서면 금대봉과 매봉산을 잇는 유려한 곡선의 백두대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헬기장으로 이용되는 은대봉 정상은 나목에 둘러싸여 의외로 아늑하다. 함백산과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물론 태백, 정선, 영월, 삼척의 고산준령들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은대봉을 관통하는 태백선 정암터널(4505m)은 죽령터널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길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태백의 추천역도 은대봉 기슭의 정거장이다.
금대봉 가는 길은 평지나 다름없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까지 1.2㎞로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어 어린이들이 걷는 데도 전혀 힘들지 않다. 불바래기 능선으로도 불리는 금대봉 가는 길은 눈이 녹는 5월에는 얼레지 제비꽃 양지꽃 미나리아재비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피는 천상의 화원으로 유명하다.
옛날에 금이 많았다는 금대봉은 은대봉과 함께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계 보존지역. 금대봉 기슭에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용연동굴이 있다. 금대봉에서 검룡소와 함께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고목나무샘을 거쳐 분주령까지는 3.6㎞. 그러나 되돌아오는 시간을 고려하면 금대봉에서 발길을 돌리는 것이 좋다.
은대봉∼두문동재∼금대봉 구간은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은대봉을 다녀오고 다시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을 다녀오는 코스로 다소 밋밋하기는 하지만 오가며 만나는 금대봉과 은대봉의 설경이 압권이다.
태백=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